2025 음력설 특집: 한국의 매운맛과 발효된 깊은 맛 ‘김치와 빵의 콜라보’

Copy of Explainer TOP5.png

김치 프렌치 토스트(좌)와 김치 베지마이트 크로아상(우). Credit: SBS Korean

음력설 특집, 오늘은 호주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 음식인 김치를 빵에 접목시켜 새로운 맛을 창조하고 있는 한국인 베이커들을 만나봅니다. 이들은 김치의 맛과 향을 어떻게 빵에 녹여냈을까요?


캔버라에서 20년 넘게 베이커로 전문성을 이어오고 있는 윤길희 대표는 본인이 개발한 김치 세미 사워도우(semi sourdough)의 맛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어떤 분들은 한국 분들은 드셔보시고 김치전 같다고 하시고요. 이게 워낙 아주 진 반죽이거든요. 그래서 그 촉감이 너무 촉촉해서 차라리 그냥 김치전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겉에는 살짝 바삭하고 안에는 이게 촉촉이 아니라 거의 축축할 정도의 빵이에요.”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는 김치와 빵의 조합이 마냥 반가울 리는 없습니다.

‘김치는 흰 밥에 먹어야 제격이지!’라는 생각하는 토종 한국인에게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퓨전 음식이겠죠.

“처음에 한국 분들한테 맛을 보여드렸을 땐 어떤 분들은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어떤 분들은 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사실은 김치빵이라고 해서 김치가 아주 많이 들어가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김치는 살짝만 들어간 거고 고춧가루 이런 것들이 들어 있어서 맛하고 색깔이 좋긴 한데... 한국 사람들이 김치라는 생각을 했었을 때는 ‘아 이걸 빵하고?’라는 생각에 드셔보시고 그냥 ‘맛없어 하지 마’ 이렇게 밀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요즘에는 달라지셨죠?) 맛있어요. 그냥 손으로 그냥 바로 뜯어 먹으면. 심지어 어떤 분은 그냥 사 가지고 집에 가면서 차 안에서 뜯어 먹기 시작해서 도착했을 때 없어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Image (2).jfif
Kimchi semi-sourdough. Credit: SBS Korean
한국 음식의 대표하는 발효식품 김치.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푸드의 선봉장에는 단연 김치가 있습니다.

한국의 에 따르면 최근 1년간 K-푸드 관련 온라인 언급 추이에서 키워드 부문에서 ‘김치’의 언급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김치를 이용한 메뉴는 이미 해외 현지음식과 융합되며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데요, 김치 파스타, 김치 스낵 등에 응용되면서 김치의 확장성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한 토핑이 아닌 베이킹의 반죽 재료로서 김치를 활용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윤길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특별한 계기는 아닌데 이민헤사 열심히 살다 보니까 생활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근데 그 생활에 뭔가 의미를 부여를 하고 싶은데 ‘내가 하는 직업에서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재료를 찾기 시작하고 뭔가 주제를 찾기 시작하다가 김치를 찾았는데 김치가 빵이나 케이크하고는 잘 연결이 안 되고… 또 해외에 오래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해외 동포가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까 ‘이거 꽤 괜찮은 프로젝트고 의미 있는 일이겠다’해서 누군가 먼저 시작하면 또 나중에 이어져서 좀 더 우리 김치를 많이 알릴 수도 있고 호주 사람들한테 먹여볼 수도 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Image (1).jfif
Gills Patisserie 윤길희 오너 베이커. Credit: SBS Korean
김치는 2023년 10대 슈퍼푸드에서 1위로 선정될 정도로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발효식품인 김치에는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가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비만을 예방하며 면역력 증진 효과로 항암 및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치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김치로 만든 빵에 대한 접근성도 쉬워진 것 같다고 길스 파티세리(Gills Patisserie) 윤길희 대표는 말합니다.

“김치라는 이유가 있고요. 김치가 아무래도 건강한 식품으로 점점 알려지고 한류도 점점 많이 알아주고 그래서 김치하고 아마 건강에 대한 생각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에 대한 영향이 큰 것 같고요.”

"대부분 한참 전에는 김치를 잘 모르시던 분들은 김치에 대해서 설명도 해드려야 되고 쉽게 설명하면 ‘독일식 사워크라우트(Sauerkraut)인데 거기에 고춧가루가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설명도 해드렸었는데 요즘에는 김치를 워낙 많이 아시고 그런 분들이 김치를 빵하고 이렇게 접목해서 하니까 훨씬 더 편하게 받아들이시고 아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김치를 베이킹이라는 과정에 접목시켜 최적의 레시피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도가 필요했습니다.

김치의 특성상 맛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맛 내기가 쉽지 않아요. 김치가 워낙 맛이 강하잖아요. 향도 세고 김치통을 베이커리에서 오픈하면 사람들이 다 싫어해요. 왜냐하면 그 냄새 때문에 근데 그걸 제가 있는 필드가 베이커리 영역이기 때문에 빵도 그렇지만 케이크 쪽에 그 맛을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어떻게든 스위트한 김치 (페이스트리)를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김치로)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요. 김치를 이용해서 아직도 (개발)하고 있는 중인데 쉽지 않아요.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계속 시도는 하고 있어요. 그 김치의 그 냄새가 너무 세서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인 오너 베이커로서 고객이 김치로 만든 빵을 다시 찾아 주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윤 대표는 말합니다.

“캔버라 주변에 사시는 베브라는 할머니가 계신데 그분은 항상 7개씩 시켜서 가지고 가세요. 가셔서 냉동시켜놓고 1시간 넘게 걸리니까 가끔 한 번씩 오시거든요. 그래서 한 번은 물어봤어요. 왜 주변 빵집에서 빵을 안 사냐 그랬더니 거기에는 맛있는 빵이 없다고 그렇게 농담 삼아 말씀을 해 주시기도 하시더라고요.”

지난해 시드니에서는 ‘한국의 맛과 해산물의 만남’을 주제로 한식 요리 경연대회가 펼쳐졌습니다.

시드니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이 행사는 한국의 장류인 된장과 고추장, 김치 중에 하나를 선택해 해산물 재료와 어우러지는 창의적인 음식을 선보이는 경연 대회였는데요, 한국의 식재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이 참가해 자신이 만든 한국 퓨전 음식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We did a lot of research I guess and a lot of eating of Korean food so we really love how side dishes are really focused on so we really wanted to have a traditional Korean side dish so we went with Jinmiche which we had is very popular. We really love it. We love gochu-jang”

(저희는 많은 리서치를 하고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반찬이 중심이 되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전통적인 한국 반찬을 먹고 싶어서 진미채를 골랐는데 정말 인기가 많고 정말 맛있어요. 저희는 고추장을 좋아해요)

“Personally, for me, I really, really like kimchi a lot. I think the fermentation of kimchi is a very healthy dish and we do incorporate that quite a lot in our cooking as well as different dishes. So I think Korean food is full of, you know, very natural ingredients, a lot of seafood, a lot of vegetables which is all really great for the health of everyone. So we try to, you know, try to eat a little bit more of fermented food as we go along.”

(저는 개인적으로 김치를 정말 좋아해요. 발효된 김치는 아주 건강한 요리라고 생각하고, 다른 요리와 함께 많이 먹어요. 그래서 한국 음식은 자연 재료, 해산물, 야채가 많아서 모두의 건강에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발효음식을 조금씩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LISTEN TO
K Food Contest in Sydney image

‘한국의 맛과 해산물의 만남’… 2024 한식 요리 경연대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SBS Korean

09/09/202412:10
시드니 한국문화원의 윤선민 문화원장은 올해도 케이푸드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호주에 있어서 'K-푸드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 호주 사회에서 한식이라는 것은 한식당에서 밥이라는 굉장히 한국적인 틀에서 호주 사람들이 흥미를 가졌고 접근해 왔었었는데 이제는 빵을 주식으로 하시는 분들이 빵과 어울리는 파트너로서의 한국 음식을 시도하고 있고 이게 주목받고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얘기하면 호주 주류 식문화에 우리 한식이 뿌리 내리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고요. 그게 호주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뻗어져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과 빵을 결합한 독특한 시도는 김치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시드니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박상병 대표는 가장 익숙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창의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 한국인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먹어본 맛, 이런 익숙한 한식 재료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게 먼저 떠올랐어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한국인 베이커 분들이 많으셔서 같이 새로운 창의적인 조합을 만들 때 훨씬 수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들어 케이푸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잖아요. 그래서 특히 김치는 호주 슈퍼마켓에서도 외국인들 입맛에 맞춰가지고 판매하는 상품이 따로 있을 정도거든요.”
owner Park_1.JPG
Tenecious Bakehouse 박상병 대표. Credit: SBS Korean
시드니 도심의 카페에서 호주인들에게 익숙한 무난한 페이스트리가 아닌 한국의 김치를 활용한 페이스트리를 선보인다는 것은 간단한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한식이라는 브랜드의 힘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호주가 점점 브랜드의 힘이 많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특히 스몰 비즈니스 쪽에서도. 그래서 브랜드에는 스토리가 필요한데 저희가 다양한 창의적인 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스토리가 있는 한식 재료나 아시안 재료들도 많이 사용해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요. “

트네이셔스 베이크하우스(Tenecious Bakehouse)에서 헤드 베이커로 직접 페이스트리 개발에 참여하는 홍민아 씨는 김치 베이마이트 페이스트리의 개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는 일단 한식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을 꼽거나 아니면 호주 사람들한테 한식에서 아는 재료가 뭐니라고 물어보면 김치가 가장 먼저 나오거든요. 그리고 호주 사람들한테도 호주의 대표적인 음식이 뭐야 아니면 재료가 뭐야 물으면 베지마이트가 가장 먼저 나오고요. 또 김치랑 베지마이트의 공통점인 발효시킨다는 부분도 굉장히 공통점이고 또 둘 다 엄청 짠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짠 맛들이 되게 조화롭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을 해서 서로 다른 짠맛을 좀 더 조화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처음에 했던 것 같고요."
Copy of Explainer TOP5 (1).png
김치 베지마이트 크로아상을 만들고 있는 홍민아 헤드 베이커. Credit: SBS Korean
이들이 선보이고 있는 한식 재료를 활용한 페이스트리는 김치만이 아닙니다. 인기있는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제육볶음을 활용한 페이스트리라고 하는데요, 홍민아 헤드 베이커의 설명 들어보시죠.

“아무래도 호주에서 한식 재료로 맛을 내려다보면 손님들에게 좀 생소하거나 취향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저희가 간을 조절하거나 또 호주 사람들에게 익숙한 재료와 조합해서 맛을 내기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육 같은 경우는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매워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 양의 재료들을 조금 줄이고 케일과 파마산 치즈를 같이 익숙하고 조화로운 맛을 낼 수 있는 그런 재료들을 더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있고요. 또 김치와 베지마이트 메뉴는 김치의 신맛을 설탕으로 조절하고 호주의 국민 잼인 베지마이트를 사용해서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한국의 맛을 소개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kimchi vegemite.JPG
김치 베지마이트 크로아상 Credit: Supplied
김치와 빵, 한식 재료와 빵의 만남은 단순한 두 재료의 결합이 아니라 맛을 통해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홍민아 헤드 베이커의 말처럼 이제 빵뿐만 아니라 한식 재료를 활용한 음식의 무궁무진한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지금은 현재 불고기나 고추장이나 된장을 사용한 페이스트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요. 또 한국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대표적인 재료들을 사용해서 한식과 접목을 시켜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앞으로 조금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색다른 상품을 개발하면서 한국의 재료들이랑 식재료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케이푸드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을 팔로우하세요. 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어 프로그램 전체 다시듣기를 선택하시려면 을 클릭하세요.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