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PD(이하 진행자): 올해 초만 해도 대학들이 캠퍼스 문을 열고 대면 강의로 수업을 재개하며 활기를 띄던 모습이 생생한데요, 최근 몇 달 간 증가하고 있는 코비드19 확진자 수로 인해 대학들 역시 온라인 모드로 다시금 돌아가고 있어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로 인해 대학들의 대규모 적자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네요.
이수민 리포터(이하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더 큰 우려는 이것이 단순히 현재만의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장기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건데요. 나아가 다가오는 2030년에는 대학들의 수익이50억 달러 넘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연구교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교직원들의 50퍼센트를 감원하거나 일부 연구기관들을 통폐합해야 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해당 분석 내용을 먼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유학생 등록률 감소에 있을 것 같은데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펌인 EY의 분석에 따르면, 유학생들의 호주 대학 등록률은 결코 팬더믹 사태 이전인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비단 락다운 조치가 해제되고 국경 봉쇄가 풀린다고 해도 예전처럼 유학산업이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뜻인데요. 또한 EY는 국내적으로라도 현재의 락다운 등 대학 내에서의 직접적인 면대면 강의를 제재하는 규제조치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캠퍼스 내에서의 대면강의의 역할 역시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팬더믹이 대학 강의의 형태 자체를 온라인으로 바꾸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락다운이 끝난다고 해도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렵다는 건 대학 재정의 근본적인 위기가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EY는 팬더믹이 호주 대학 교육 시스템의 대면수업 및 유학생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드러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현재 대학 교육 분야에는 매우 큰 재정적 긴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팬더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는 대학 폐쇄 혹은 통폐합 조치 역시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해당 EY 보고서는 호주 및 뉴질랜드의 대학교육분야의 선임 관계자들 서른 두 명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인데요. 또 더 나아가 호주 대학들이 현재처럼 유학생 및 정부지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예산 모델을 앞으로는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도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다시 말해 외부의존도가 큰 현재의 대학들의 예산 모델은 지금과 같은 팬더믹 상황에서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네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현재와 같은 정부지원금 중심의 대학 예산 모델은 대학들이 일관된 예산구조를 가지며 학생들에게 비슷한 형태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요. 그래서 기존 대학 재정의 두 축은 크게 정부지원금과 유학생 등록금으로 구성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등록률 급감으로 이러한 재정축이 무너지면서 수익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대학들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수업 수를 삭감하고 특정 교육 분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EY의 분석입니다. 이는 일부 대학들의 경우에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일반 전공 분야의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특정 지식을 배우는 분야보다는 철학이나 국문학 같은 일반 인문학 분야 등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겠네요.
리포터: 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이는 상태입니다. 안그래도 기존 정부 기조가 이공계 위주로 대학 구조를 재편하고 예술이나 인문학 분야에 있어서는 학위를 이수하는 데 드는 비용 자체를 등록금을 통해 더욱 비싸게 책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학들의 재정위기는 해당 분야들에 대한 학생들의 진입을 더욱 막지 않을지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대학들도 실제로 현장에서 이러한 위기를 몸소 느끼고 있나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실제로 대학들 역시 재정구조를 조정하는 방향을 내부 논의중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빅토리아 대학교의 교육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대학 측은 실제로 팬더믹으로 인한 재정긴축 사태가 대학이 제공하는 전공과정의 수를 삭감하는 데 대한 고민으로 번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일단 대학 내 일자리수 자체가 삭감된 데 따른 필연적인 조치기도 합니다. 호주 대학 연합단체인 유니버시티즈 오스트레일리아는 대학 교육 분야에서 현재까지 만 칠천여 개의 일자리가 삭감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사실 이렇게 되면 피해를 입는 것은 기존에 학교에 다니고 있던 재학생들이나 앞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예비 대학생들일 거라는 우려가 되네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팬더믹은 대학 교육의 만족도 역시 하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많은 수의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가아니라 캠퍼스에서 대면강의를 통해 학위를 이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한 전문 조사기관이 빅토리아 주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천 명의 호주 대학생들은 국내 학생과 유학생 모두 지난 해 대학 교육의 질이 팬더믹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요. 빅토리아 주 내에 위치한 유명 대학들인 멜번대, 모나쉬대, RMIT를 포함해 빅토리아 주 내 대학 재학생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 해 모두 작게는 16퍼센트 포인트에서 많게는 무려 25퍼센트 포인트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급감한 수치네요. 올해도 락다운이 호주 내에서 산발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학생들의 만족도는 더욱 낮아지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리포터: 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강의전달을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대학들의 현실적인 타개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대학들의 재정난 타개책으로 가장 손쉽게 떠오르는 방안이 구조조정 및 학과 통폐합으로 지적이 되면서 앞으로 호주 대학교육의 질 전반에도 위기가 오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이수민 리포터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포터: 감사합니다.
호주 생활의 최신 정보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여러분의 손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SBS Radio 앱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