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가운데 정부가 사립학교 교육을 장려하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호주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교육의 위기에 대한 우려섞인 비판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호주 내 사립학교 학생 비중은 국제적으로 비교분석했을 때 통계적으로 평균에서 한참 벗어날 정도로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과연 학부모들이 이토록 사립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뭐고, 이 현상이 내포하는 문제는 뭔지 오늘 자세한 이야기 교육대해부에서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사립학교 하면 일부 부유한 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내고 자녀를 보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통념과는 다르게 호주 내에서 사립학교들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나봐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일례로 사립학교들이 비단 땅값이 비싼 부유한 지역에만 위치한 것은 아니고 상당히 호주 전체적으로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겠는데요. 시드니 CBD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퉁가비 기독교학교같은 경우를 보면, 이 학교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생각되는 ‘럭셔리한’ 사립학교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학교들이 전체 사립학교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시말해 사립학교가 부유한 부모를 둔 이른바 ‘금수저’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거군요. 물론 그런 학교들도 여전히 존재하긴 하겠지만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호주 내에서 학교를 구분하는 기준은 보통 공립학교냐, 비공립학교냐 이렇게 큰 구분선을 가지는데요. 일반적으로 공립학교가 아닌 학교들을 사립이라고 통칭하고요. 공립학교를 제외한 학교들은 보통 앞에서 말씀드린 퉁가비 기독교학교 같은 경우를 포함한 독립학교, 그리고 카톨릭 학교로 구분이 됩니다. 퉁가비 기독교학교의 경우 교회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기독교적인 가치들을 오히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해당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최근 이사한 한 학부모는, 자녀를 위한 올바른 학교를 찾았다는 믿음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독립학교가 다시 말하면 카톨릭학교를 제외한 형태의 사립학교들이라고 보면 맞나요?
이수민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독립학교는 정부의 관리 하에 운영되는 공립학교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립학교 형태의 학교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독립학교의 학부모 대다수가 학교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실시된 한 전국 단위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립학교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 교육과 관련한 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무료 92%가 학교 교육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카톨릭 학교의 학부모 만족도가 85%, 공립학교의 학부모 만족도는 77%로 뒤따랐습니다. 이는 비단 학부모들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만족도에도 반영이 되었는데요. 독립학교 교사의 근무 만족도가 9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카톨릭 학교들이 87%, 공립학교가 82%로 집계되었습니다.
진행자: 학부모와 교사의 만족도가 모두 높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다시 말하면 그만큼 서로간 소통이 잘 되고, 학교 문화가 열려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을 거라고 예상이 되고요.
이수민 리포터: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인데요.특히 학교와 같은 종교적 가치관을 가진 가정일수록 그 만족도는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에는 일부 금전적인 희생을 하더라도 독립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들도 있는데요.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교사 한명당 학생수가 독립학교에 비해 많은 점이나, 종교적인 가치에 덜 중점을 두어 교육한다는 점 등이 공립학교보다 독립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더 큰 이유로 지적되었습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학부모들은 역량만 된다면야 자녀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싶은 마음일테니까요,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질좋은 교육을 보장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겠죠. 다시말하면 공립학교는 그러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지 의구심도 들고요.
이수민 리포터: 그렇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독립학교 가운데 학생들의 대다수가 비영어권 배경에서 온 경우도 많다는 점인데요. 말씀드린 퉁가비 기독교학교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학교의 문화가 학부모들이 공립학교보다 좀더 비싼 학비를 내더라도 기꺼이 자녀를 해당 학교에 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종합적으로 독립학교들이 학생들을 더욱 신경써 준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네요.
이수민 리포터: 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독립학교는 호주 내 학교 섹터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섹터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호주 학부모들의 35%가 더 비싼 학비를 지불하더라도 기꺼이 자녀를 비공립학교, 즉 독립학교나 카톨릭학교에 보내기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3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어난 수치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실제로 학부모들의 독립학교 혹은 카톨릭학교, 다시말해 공립이 아닌 학교들에 대한 선호도가 실제 사립학교들의 수 자체와도 정비례하고 있다고요.
이수민 리포터: 네,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교육연구소인 공스키 연구소에 따르면 호주는 비공립학교의 수로 봤을 때 국제 통계분포상 극단적인 수준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공립학교에 비해 사립학교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건데요. 호주의 경우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수가 국제 평균보다 무려 두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호주가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적으로 사립학교 교육을 장려하는 국가라는 점이라고 공스키연구소는 분석했는데요. 이처럼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지속적인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즉 많은 학부모들이 공교육 시스템에서 배제되거나 비껴나 있다는 뜻이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학교교육의 질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결국 공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면 교육구조의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종합적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생각했을 때에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 같아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공스키 연구소 역시 이처럼 사립 섹터가 큰 구조 하에서는 학업성취도적인 장점을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학업적으로 취약하거나 뒤떨어지는 학생들을 정부가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인데요. 왜냐하면 특히나 통계적으로 공립학교 학생들의 경우 학업부진 학생들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립 위주의 교육구조가 오히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공립학교의 학생들을 소외시킨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이는 2019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이른바 ‘앨리스 스프링스 교육선언’, 즉 교육에 있어 형평성이 우수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모토로 한 정부 자체의 선언에 대한 이행 실패를 의미한다고도 지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