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스펙트럼: 원자력…에너지 해법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QUEENSLAND NUCLEAR REACTORS PROTEST

Locals, unions members and environmentalists participate in a protest over Federal LNP’s nuclear energy plans at Liberal National Party headquarters in Brisbane in Brisbane, Monday, June 24, 2024. Source: AAP / DARREN ENGLAND/AAPIMAGE

최근 호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봅니다.


나혜인 피디: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의견들을 비교, 분석해 보는 ‘이슈 스펙트럼’ 시간입니다. 최근 호주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피터 더튼 연방 야당 당수가 지난 6월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원전 7기를 건설할 부지를 공개했기 때문인데요, 원자력 에너지가 탈탄소 경제를 달성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부담과 환경적 도전을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 스팩트럼 시간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는 시간 마련합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조은아 피디: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먼저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주장이 나오고 있나요?

조은아 피디: 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장점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꼽습니다. 현재 알바니지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재생 에너지원, 즉 풍력이나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일관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특히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군요. 넷 제로 달성과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위해선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말씀대로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안전성에 큰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나 방사능 누출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크고,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는 건데요, 1986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 누출이 수십만 명에게 영향을 미쳤고, 정화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는 등 원자력 발전은 상당한 환경, 건강 및 경제적 위험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더라도 핵연료 처리 및 방사성 폐기물 저장 등 수반되는 문제가 많다는 주장입니다.

나혜인 피디: 야당은 2035년과 2037년 사이 원전 2기가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원 CSIRO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무리 빨라도 2040년은 돼야 원전이 건설될 수 있고, 이는 호주 기후위원회의 견해와도 일치하는데요, 이처럼 원전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뭔지도 궁금합니다.

조은아 피디: 네, 그 이유는 호주에서는 아직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놀랍게도 오늘날까지 호주는 시드니의 루카스 하이츠(Lucas Heights)에 단 하나의 연구용 원자로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원자로는 암 진단 및 치료 등 의학 및 연구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즉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아닙니다. 호주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한 다른 모든 원자력 시설은 금지돼 있습니다. 이는 1998년에 제정된 ‘호주 방사선 및 원자력 안전법(Australian Radiation Protection and Nuclear Safety Act 1998)’이 호주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피디: 고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군요.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고국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월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허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이 됐습니다. 한국에는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가 6개 있고요, 현재 총 26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입니다. 건설 막바지인 새울 3·4호기와 건설이 곧 시작될 신한울 3·4호기까지 향후 투입되면 총 30기가 가동될 전망입니다.

고국 정부는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계획인데요, 이 무탄소 에너지 믹스에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 발전과 더불어 원전이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원전의 발전 비중은 약 30% 수준입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군요. 다시 국내 상황으로 돌아오죠. 야당이 원하는 대로 원자로를 건설하려면 ‘1998년 호주 방사선 및 원자력 안전법’을 개정해야겠군요.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연방법은 물론 각 주의 법과 규제에 손을 대야 하고, 대규모로 숙련된 인력을 양성, 또는 조달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게는 1년에서 3년 사이에 완공할 수 있는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한 기후 위기의 최악의 영향을 피해야 하는 호주로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기까지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반대하는 이들은 강조합니다.
나혜인 피디: 원전 건설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조은아 피디: 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원 CSIRO와 호주에너지시장운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호주의 첫 번째 원전에 드는 비용이 최대 160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노동당의 재생 에너지 정책 역시 밑 빠진 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디오스트레일리안에 게재된 한 논평에서는 대규모 수력 발전 프로젝트인 Snowy 2.0의 비용은 수십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프로젝트가 완료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2019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됐지만, 여러 도전 과제와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 논평에서는 재생 에너지 비용과 관련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달러를 간단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의 유효 수명이 약 15년에서 20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낡은 장비의 폐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비용 측면에서도 양측이 팽팽하게 갈리는 모양새네요. 특히 요즘 생활비가 많이 오르다 보니 전기 요금 문제가 민감한 사안입니다. 더튼 야당 당수가 제시한 원자력 발전 계획이 전기 요금을 실제로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 계획이 전기 요금을 낮추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요?

조은아 피디: 더튼 당수가 호주 전역에 7개의 연방 소유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추정이 빠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이었는데요, 첫 번째 원자로가 가동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에너지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특히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큽니다.

나혜인 피디: 더튼 당수는 원자로가 가동되기 전 중기적으로 석탄을 가스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더 높은 전기 요금과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석탄 발전소는 2035년까지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발전원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는 동안 가스를 사용해 전력 공급을 메우겠다는 야당의 계획에 비판이 일고 있는 겁니다. 가스는 석탄보다는 적지만 탄소 배출량이 여전히 상당하고, 가격은 석탄보다 비싸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전기 요금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즉 자유당연립이 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 보급을 늦추고,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될 때까지 가스를 사용해 공급 격차를 메운다면, 에너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나혜인 피디: 최근 CSIRO 연구에 따르면, 호주에서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재생 에너지보다 최소 50% 더 비쌀 것이라는 발표도 나왔어요.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다니엘 웨스터먼 호주에너지시장운영국(AEMO) CEO는 CSIRO와 호주에너지시장운영국의 연구에 기반해 원자력이 가장 비싼 형태의 전기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더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풍력이나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설치하고 가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혜인 : 그럼, 원자력을 발전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전력비에 대해 어떤 반론을 펴고 있나요?

조은아 피디: 원자력 발전 지지자들은 원자력 발전이 초기 투자 비용이 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전력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하기 때문에 전력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원자력은 일정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다고 주장하죠. 이들은 원자력 발전이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려면 대규모 저장 장치가 필요한데, 이 역시 추가 비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합니다.

나혜인 피디: 일반 소비자가 아닌 대규모 업체들의 경우 전력 도매 가격 안정성을 매우 중시할 것 같은데, 이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조은아 피디: 네, 좋은 지적입니다. 더컨버세이션에 실린 한 논평에서는 대규모 산업 사용자에게는 도매 전기 가격의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일정하게 전력을 생산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반면, 풍력과 태양광은 출력이 불확실해 가격 변동성이 큰데요, 이 논평에서는 높은 가격 변동성은 기업의 가치를 감소시키고, 주가를 낮추며, 투자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원자력을 배제할 경우, 가격 변동성을 억제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지입니다.

나혜인 피디: 도매 전기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호주 산업계에 불리하고 이 경우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네요.

조은아 피디: 네, 그렇습니다. 타니아 컨스터블 호주광물협회 CEO는 호주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믿을 수 있는 기저부하 전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녀는 주요 산업들이 저탄소 목표와 비용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다양한 에너지 믹스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원자력 에너지는 탄소 무배출은 물론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 우라늄 매장량을 고려했을 때도 에너지 믹스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가 투자 유치와 경제 번영,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이며 무역 파트너들과의 신뢰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처럼 호주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란은 환경적, 경제적, 그리고 안전성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헤인 피디: 네, 알겠습니다. 기후위원회에 따르면 실제로 호주의 전력 중 3분의 1 이상은 이미 재생 에너지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알바니지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82%로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자유당연립이 내년 연방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원자력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이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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