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챗: 엄마의 삼계탕과 기억의 역사...'수프와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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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p and Ideology', a documentary film directed by Yang Yong-hi / Tofoo Films

재일 한국인 2세 양영희 감독이 25년에 걸쳐 완성한 ‘가족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어머니의 기억을 따라가며, 제주 4.3과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따뜻한 시선으로 되짚은 다큐멘터리.


Key Points
  • 재일 한국인 2세 양영희 감독의 25년에 걸친 가족 3부작, 그 마지막 이야기
  • 어머니의 희미한 기억을 따라 되짚는 제주 4.3과 재일 한국인의 삶
  • 일본인 사위를 위한 삼계탕…경계를 넘어 가족이 되어가는 따뜻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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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챗: 엄마의 삼계탕과 기억의 역사...'수프와 이데올로기'

SBS Korean

06:37
유화정 PD: 시네챗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영화 프로듀서 권미희 리포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오늘은 어떤 영화를 만나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오늘은 양영희 감독의 2022년 다큐멘터리 입니다. 양영희 감독은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극영화 <가족의 나라>에 이어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데요. 이번 영화에서는 감독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짚어보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네, 양영희 감독님 재일 한국인 2세죠.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 등을 개인적인 가족사와 더불어 깊이있게 관통하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는데요. 이번엔 '이데올로기'라는 단어를 제목에 직접 사용했네요. 또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지는데요. 내용 먼저 들어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지내는 엄마를 방문한 딸은 남편이 될 사람을 소개해 줍니다. 일본인 사위는 절대 안된다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영상으로 지나가고, 그와는 반대로 이제 엄마는 정성을 다해 삼계탕을 만들어 일본인 사위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Trailer Audio Clip]

정기적 만남 속에서 엄마는 이따금 들려줬던 엄마의 어린 시절의 상처, 제주의 4.3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생생히 딸에게 전하기 시작하지만, 이와 동시에 엄마는 치매를 진단받고 기억이 점차 사라지기도 하고, 어긋나기만 하는데요. 다행히 제주도를 방문할 기회를 얻어 마침내 엄마와 딸, 그리고 일본인 사위는 아픈 기억이 가득한 고향, 제주를 방문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Trailer Audio Clip]

유화정 PD: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기억이 아직 온전할 때 고향을 방문하고, 또 너무도 가슴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제주 4.3 사건을, 그 기억을 우리에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인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통해 당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또 딸과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의미가 큰 영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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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p and Ideology_Main poster / Tofoo Films
권미희 리포터: 네 사실은 여전히 가족 내 풀지 못하는 숙제들, 상처들이 남아있기는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엄마와의 제주 방문을 통해서 엄마가 왜 그토록 고국을 믿지 못하고 외면했는지, 또 엄마에게 '고향'이 얼마나 아픈 기억이었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함께 가슴 아파합니다.

개인과 가족의 삶에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럼에도사람은 한 끼의 따뜻한 식사를 함께 함으로 ‘식구’가 되기도 한다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아주 잔잔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는데요. 감독의 남편과 엄마가 삼계탕이라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장면이 이제 여러 단계로 반복이 돼요.

영화에서 이를테면 맨 처음에는 장모될 분이 사위에게 대접하는 의미였다면, 그 다음번에는 사위가 장모에게 그 음식에 대해서 배우죠.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에는 사위가 직접 하루 종일 그 음식을 만들어서 장모님께 대접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반복해서 음식을 같이 먹어요. 가족이 됐다는 느낌이 좀 보이기도 하고, 이제 그것이 결국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가족의 모습, 또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Trailer Audio Clip]

유화정 PD: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본인 사위를 위해 정성껏 삼계탕을 끓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애정이 가득한 한 가족의 일상이 그려집니다. 그런 모습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단편을 보여주는 영화 같네요.

서로 다른 두 이미지를 깊이 있게 녹여낸 인상적인 작품, <수프와 이데올로기 Soup and Ideology>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오늘도 좋은 영화 소개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도 기대하겠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또 흥미로운 영화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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