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맥파이'만이 아냐...호주 봄, '부처새'로부터 안전하려면

Grey Butcherbird, Victoria, Australia.

Grey Butcherbird, Victoria, Australia. Source: Moment RF / Southern Lightscapes-Australia/Getty Images

봄철 산란기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부처새'는 포획한 먹이를 나무 가지에 꿰어 보관하는 습성이 있어 'Butcherbird'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Key Points
  • 부처새는 호주 토착 까치 맥파이와 같이 전형적으로 영역을 방어하는 텃새
  • 평소 아름다운 노래로 호주 가정집 뒷마당에 평온 주는 새로 사랑받아
  • 9 ~ 11월 봄철 산란기에는 둥지 보호 본능으로 공격적으로 변해 사고 유발
  • 환경 생태계 보존 위해 보호 본능 이해하고 함께 공존하는 노력 필요  
호주는 나무가 많고 자연 친화적인 주거 환경을 자랑하는 만큼, 다양한 새들이 주민들의 일상 속에 쉽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 봄철에는 색색의 앵무새들부터 지능 높은 까치들까지 다양한 새들과의 공존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연 속의 아름다운 새들과 함께하는 삶이 항상 평화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러한 새들이 우리에게 크고 작은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죠.

그중에서도 호주 봄의 불청객으로 알려진 맥파이는 산란기 동안 자신의 둥지를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맥파이에 비견될 만큼 위협적인 또 하나의 새가 있습니다. 바로 부처새(Butcherbird)입니다.

오늘은 이 부처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들이 왜 때때로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저희가 지난 시간 컬처를 통해 호주 봄철 산란기에 스우핑 (Swooping)하는 맥파이의 성향과 그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그런데 맥파이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변하는 새가 또 있다고요?

유화정 PD: 바로 '부처새(Butcherbird)'입니다. 부처새는 호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종으로 특히 퀸즐랜드 중부에서 서호주 북부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주로 개방된 숲이나 관목지대에 서식하지만 도시화된 환경에도 잘 적응합니다. 사람들과도 친밀해 사람들과 가까운 도시공원이나 주택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호주는 네이티브 트리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서 대부분의 주택가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데요. 그 덕분에 다양한 새들을 접할 수 있죠. 부처새도 그런 환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새이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부처새는 호주의 가정집 뒷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인데요. 새 중에서도 영리하고 기억력이 뛰어나 집주인을 잘 기억하고요. 특히 부처새의 지저귐은 단순히 소리 이상으로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어 많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부처새의 평온한 지저귐은 시끄럽고 요란한 코카투(Cockatoo) 울음소리와는 정말 대조적이겠네요.

유화정 PD: 코카투는 시끄럽다는 기준치를 넘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외마디 소리를 지르죠. 그래서 건달 앵무새란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부처새는 서양악기 플루트와 같은 높은 음역의 소리를 갖고 있는데, 종종 듀엣으로 노래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지저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풍부한 멜로디를 갖고 있어 부처새들의 노래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 작곡가들도 있습니다.

호주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홀리스 테일러는 2005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동안 부처새들의 노래를 녹음해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여러차례 발표한 바 있는데요. 홀리스 테일러는 새들의 노래와 인간 음악사이 관계를 탐구하며 자연의 소리를 예술적 표현으로 변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작곡가 데이비 로텐버그는 'Why Birds Sing'이라는 책과 앨범을 발표해 새들의 노래와 인간의 음악적 표현을 연결 짓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새들의 노랫소리를 샘플링해 인간의 음악적 표현과 연결 짓는다는 점이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노래로 주목받고 사랑받는 새의 이름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Butcher라는 이름을 어떻게 갖게 됐을까요?
유화정 PD: '부처새'라는 이름은 이 새의 사냥 및 식사 행동 습관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부처새는 날카로운 부리와 민첩한 사냥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면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 먹이 포획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요. 주로 곤충을 잡아먹지만 종종 자신보다 작은 새나 쥐 등의 포유류와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 등을 사냥할 만큼 강력한 포식자입니다.

또 부처새만의 특이한 행동 특성으로 먹이를 잡아먹고 남은 음식을 저장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남은 먹이는 나무 가지에 걸어 두거나 갈고리 등에 찔러 놓아 보관하는데, 이러한 행동이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걸어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부처새'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나혜인 PD: 이름과 행동의 차이가 더 흥미롭네요. 이렇게 무서운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은 인간에게 평온함을 선사하는 새라니, 참 묘한 대비가 있네요. 부처새의 외형은 어떤가요? 외형부터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맥파이와 비교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유화정 PD: 호주의 부처새에는 Grey Butcherbird와 Pied Butcherbird두 종류가 있습니다. 호주에서 흔히 보는 부처새는 주로 Grey Butcherbird로 검은색 머리 부분과 회색 등을 가지고 있고 목둘레에는 흰색 줄이 있어 마치 하얀 깃을 두른 듯합니다. 회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날개에 배와 가슴 부분은 흰 털로 덮여 있습니다. 회색과 검은색이 반반 섞인 부리에는 윗부분에 뾰족한 갈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맥파이는 37~ 48cm까지 자라고 날개를 펼쳤을 때는 78센티미터까지 커지는 맥파이와 비교해 부처새는 다 자란 성체가 30에서 40cm(12-16인치) 정도로 맥파이보다 크기가 작고 보기에도 위압적이지 않습니다.

나혜인 PD: 위압적이지 않은 외형에 더구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부처새가 봄만 되면 호주 까치 맥파이 못지않게 공격적인 새로 변신한다는 건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까치는 새 중에서도 전형적으로 영역을 방어하는 텃새로 알려져 있는데요. 부처새는 맥파이와 마찬가지로 까치과에 속하는 종입니다. 그러니까 맥파이와 마찬가지로 봄철 산란기에 둥지와 알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방어 행동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겁니다.

맥파이 편에서 자세히 전해드렸듯이 평소에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만 산란기에는 극도로 예민해져서 사람과 같은 덩치 큰 동물들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PD: 맥파이 공격 사례와 관련해서는 정부 통계뿐만 아니라 민간 웹사이트인 'Magpie Allert'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제보로 공유된다는 것 지난 시간에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부처새의 공격 사례도 소셜 미디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유화정 PD: 앞서 부처새는 집 뒷마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실제로 브리즈번 바돈 지역에 사는 암버 비처는 자신의 뒷마당에서 부처새의 공격을 받아 이마에 심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암버는 치료 뒤 Ch 7 NEWS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이마를 만졌을 때 젖어 있었고 피가 사방에 퍼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즉시 의사의 치료를 받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특히 이전에 부처새에게 공격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비처는 "눈을 다쳤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사고 이후 사람들에게 선글라스와 모자, 심지어 스파이크가 있는 헬멧을 착용하라고 권장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11월까지는 다시는 뒷마당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내 집 뒷마당도 안전하지 않다는 거네요. 또 야외 카페에서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다가 느닷없이 부처새의 공격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요?

유화정 PD: 네, 골드 코스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집 가까이에 있는 야외 카페에서 음식을 먹다 부처새의 공격으로 큰 위험을 겪은 사건을 공유했고 abc보도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Butcherbird hovering by a hole in an asbestos wall, Australia
Butcherbird hovering by a hole in an asbestos wall, Australia Credit: kristianbell/Getty Images/RooM RF
데비 존스라는 이 여성은 식사 도중 가까이 다가온 새에게 토스트를 나눠주려다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았는데 새의 부리에 눈을 쪼여 눈을 잃을 뻔한 상황까지 갔습니다. 데비 존스는 사고 당시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처음에는 눈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지만 다행히 부처새의 부리가 눈에 몇 밀리미터밖에 닿지 않아 시력에 큰 손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나혜인 PD: 이러한 돌발 사고는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요. 종종 공원이나 야외 카페 등에는 새에게 먹이 주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호주 국립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국에 따르면, 만약 주변 새들을 돌보고 싶다면, 그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모든 동물들은 자연적인 먹이를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인간이 제공하는 인위적인 음식은 새들을 배부르게 만들 뿐, 자연적인 먹이를 찾는 습성을 잃게 되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얻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음식을 구걸하는 새들은 굶주린 것이 아니라, 그저 게을러서 공짜 음식을 얻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끝으로 산란기 부처새의 공격을 피하는 대처법,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유화정 PD: 부처새도 맥파이와 같이 보호종이어서 새를 함부로 죽인다거나 알을 수집하거나 새끼를 해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입니다. 봄철 산란기에 평소 다니는 길에서 새 둥지를 발견했다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 공격을 받았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특히 눈부분을 두 팔로 감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혜인 PD: 외출 시에는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착용, 양산 등을 준비하시면 도움이 되겠고요.

유화정 PD: 또한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새들과의 공존을 인식하는 것인데요 부처새나 맥파이 같은 보호종들은 우리 환경과 생태계의 일부이므로 그들의 본능적 행동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컬처 IN을 통해 호주 봄철에 맥파이와 부처새 같은 호주 토착새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대비하는 방법을 알아봤는데요. 간단한 예방 조치만으로도 사고를 막을 수 있으니, 산란기 동안 각별히 주의하시면서 안전하게 야외 활동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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