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모두의 고민"…한국·호주 결혼식 축의금 얼마가 적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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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 gift money envelopes between light pink roses and silk ribbons on grey top view, wedding mockup. Credit: Ekaterina Fedotova / 500px/Getty Images/500px Plus

최근 한국의 설문 조사에서 결혼식 축의금은 그냥 알고 지내는 동료 등에게는 5만원, 친한 사이에는 10만원이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에서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Key Points
  • 부조금은 '도울 부(扶)'자와 '도울 조(助)'…결혼식 잔칫집 상갓집에 두루 쓰는 표현
  • 부의는 조문용으로 보내는 재물을 뜻하는 한자에서 나온 말로 상갓집에서만 사용
  • 직장인의 결혼 축의금 풍속 룰…그냥 알면 5만원, 친한 사이에는 10만원
  • 요즘 MZ 세대 사이에서는 이른바 '비혼식'을 열어 축의금을 받는 사례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 시기는 결혼식 시즌이기도 하죠. 한국에서는 봄이 되면 결혼식이 부쩍 많아지는데 따뜻한 날씨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계절적 의미 때문일 겁니다.

한국뿐 아니라 호주도 봄이 찾아오면서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이 늘어나는 시기인데요. 자연스럽게 부조금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결혼식과 장례식 등 경조사에서 주고받는 부조금의 문화와 그 변화, 그리고 한국과 호주에서 어떻게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한국의 부조금 문화 오랜 전통을 가진 중요한 사회적 관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부조금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그 뜻부터 한번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그럴까요? 이 부조금은 결혼·장례와 같은 경조사에 참석하면서 주는 금전적 도움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자어인 부조는 도울 부(扶)와 도울 조(助)자를 합친 말로 글자 그대로 돕는다는 표현이 되고요. 결혼식·잔칫집·상갓집을 두루 합쳐 쓰는 표현으로 돈이나 물건뿐만 아니라 가서 직접 가서 일을 도와줘도 부조라고 표현합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종종 부줏돈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부조네요. 부조는 결혼식 잔칫집 상갓집을 합쳐 두루 쓰는 표현이라고 하셨는데요. 상갓집을 방문할 때는 이 봉투에 다르게 적잖아요. 부의라고 적는데 부의는 어떤 의미인가요?

유화정 PD: 네 이 부의(賻儀)는 단어 뜻 자체가 상가에 보내는 부조입니다. 부의의 '부'자는 앞에 말씀드린 부조금의 '부'자와는 다른데요. 일반적인 재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문용으로 보내는 재물을 뜻하는 한자에서 나왔습니다.

나혜인 PD: 그러니까 부위는 상갓집에 부의금을 부조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결혼식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겠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상가에 부의금을 부조하는 풍습은 조선 중기인 명종 때 청백리로 이름이 높았던 관료인 이세장이라는 인물에게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청백리로 두 번이나 선정될 만큼 청빈하게 살았던 이 세장은 죽을 때 집안에 그를 장사지낼 돈조차 없어서 온 조정의 관료들이 나서서 조금씩 부의금을 모아서 내서 장례를 치렀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이고요. 지금처럼 현금으로 부조하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부터라는 게 개 통설입니다. 역사서를 보더라도 관혼상제에서 돈으로 구조를 했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돈보다는 과일이나 떡, 가축 등 현물로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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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의금 봉투 (사진 = 연합뉴스)
나혜인 PD: 과거에는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현물을 부조할 때 개수를 홀수로 맞췄는데요. 이는 홀수가 양을 상징하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짝수는 음을 상징합니다. 이렇게 홀수의 현물로 부조하던 모습은 돈으로 축의금과 조의금을 내기 시작한 이후에도 남게 돼 요즘에도 3만 원, 5만 원, 7만 원 이렇게 나가고 있죠.

나혜인 PD: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조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이 모호한 상황을 정리하면서 3만 원과 5만 원은 각각 1만 원짜리 3장과 5장이어서 홀수이고 10만 원은 수표 한 장이기 때문에 홀수라고 홀수를 강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소셜미디어상에서 핫 이슈로 결혼 축의금 적정 액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요?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마다 결혼식 축의금으로 고민하는 글들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른 만큼 축의금도 올려야 할까요?"

나혜인 PD: 이런 고민은 세뱃돈 줄 때도 매년 하지 않습니까? 인플레이션에 반영해야 되냐 말아야 하나.

유화정 PD: 네 그리고 "종종 인사하고 지내는 직장 동료가 이번에 결혼하는데 얼마면 적당할까요?"라고 묻는 글들이 올라오는데요. 사실 축의금과 관련한 기준이 사실은 딱히 없어서 관계별 상황별로 액수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런 가운데 결혼식 축의금은 그냥 알고 지내는 동료 등에게는 5만 원, 친한 사이에는 1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한 설문조사가 나와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냥 알면 5만 원, 친한 사이에는 10만 원 딱 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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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의금 적정 기준에 대한 인쿠르트 조사 도표
유화정 PD: 이는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최근 대학생, 구직자, 직장인 등 약 1200명을 대상으로 결혼식 축의금의 적정 액수를 물어본 결과인데요. 설문조사에서 축의금은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고 식사까지 하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조사 결과 직장에서 같은 팀원이지만 덜 친하고 협업할 때만 보는 직장 동료, 또는 가끔 연락하는 친구나 동호회 일원 등으로 평소 그저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는 5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65%로 가장 많았습니다.

나혜인 PD: 안 하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섭섭하고 그렇다고 또 많이 하기에는 좀 너무 관계가 먼 것 같고요.

유화정 PD: 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주 소통하는 직장 동료에게는 10만 원이 알맞다는 응답 또한 64%에 달했습니다. 또 직장과는 별개로 거의 매일 연락하고 만남이 잦은 사적인 친구나 지인의 경우 적정 축의금은 10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36%, 20만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은 30.2%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30만 원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14.1%가 됐습니다.

나혜인 PD: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 친구들 그룹에서 딱 정해놓고 이렇게 30만 원씩 좀 높은 액수를 주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요.

유화정 PD: 지난주 컬처 IN에서 다룬 세이빙 그룹(saving group)이 있죠. 이럴 때 사용하시면 딱 좋습니다.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정말 액수와 거리가 정비례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임에도 좀 친한 친구나 지인의 경우에는 1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상당 액수의 부조금도 기꺼이 가능하다고 답했네요.

유화정 PD: 이번 결과는 대학생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지만 사실 청년층을 비롯해 거의 모든 세대가 그렇지 않을까요. 축의금 액수를 정할 때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거의 신랑 신부와의 친소 관계, 즉 얼마나 자주 보는 사이인지 혹은 이따금 만나는 소원한 관계인지를 우선 생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혜인 PD: 그리고 한국에서는 부모님과 또 얼마나 친분이 있는지 가족 모두의 행사니까요.

유화정 PD: 그렇죠. 한편 지인이라 해도 연락 한 번 없다가 카톡으로 청첩장 보내는 사람한테는 그저 "축하축하^^" 이 짧은 문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했고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사이는 3만 원이면 적당하다고 답했습니다.

나혜인 PD: 뭔가 MZ세대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요즘에는 사실 모바일 청첩장을 많이 이용하지 않습니까. 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도 있을까요?

유화정 PD: 종이와 모바일 청첩장 중 어느 쪽을 받기를 원하느냐는 설문에는 10명 중 3명이 종이 청첩장 선호했습니다. 그 이유는 결혼식에 정식으로 초대받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는 가장 많았는데요. 친하지 않거나 평소 연락이 뜸했던 지인이 모바일 청첩장만 뚝 보낸다면 74%는 '난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고요. 절반에 가까운 '47%는 축의금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친분이 있거나 꾸준히 연락해 왔던 지인이 모바일 청첩장만 보냈을 경우에는 91%가, 그러니까 대부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환경을 생각하면 모바일 청첩장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모바일 청첩장은 모바일 시대에 맞춘 청첩장의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하긴 편합니다. 모바일 청첩장 그냥 클릭 한 번으로 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무례하다 이런 엇갈린 시선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제는 모바일 청첩장이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메신저로 간편하게 결혼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서 연락처 계좌번호 그리고 식장의 약도 안내는 물론이요 웨딩 사진, 또 축하 메시지 등 다양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모바일 청첩장의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터치 몇 번으로 누구에게나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고요. 또 청첩장을 우편으로 미리 보내면 잃어버리거나 날짜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또 직접 찾아뵙거나 우편으로 송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줘 편리하다는 이점들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직접 모바일 청첩장을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고 해요. 제작과 내용 수정도 손쉬워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직접 제작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다시 축의금 얘기로 돌아가 보죠. 관계별 상황별 축의금 적정 액수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 최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회사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5만 원을 냈는데 선배가 밥값이 8만 8천 원인데 5만 원에 할 수 있어?"라며 서운해 했다라며 바쁜데 시간 내서 가줬더니 저런 소리 한다라는 글이었습니다.

유화정 PD: 네 양쪽 다 이해가 되긴 합니다. 요즘 2030 이른바 MZ세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 메뉴 정하기에 엄청 고민을 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고민을 거듭하는 문제가 바로 직장 동료, 친구, 지인 등의 결혼식에 부치는 축의금의 적정 액수라고 합니다. MZ세대의 직장인들은 친소 관계 못지않게 결혼식에 참석 여부도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는데요. 이는 즉 예식장 식대를 감안해 '가서 밥을 먹느냐, 마느냐'에 따라 축의금을 다르게 책정한다는 겁니다. 부페나 한정식, 또 경우에 따라서는 호텔 코스 요리가 될 수 있겠죠. 이 피로연 메뉴를 축의금 책정에 고려한다는 겁니다. 결혼식에 안 가면 5만 원, 가면 10만 원을 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간혹 또 결혼식 사전 모임으로 밥이나 술을 대접받게 되면 15만 원을 내기도 합니다.
Table setting
Wedding reception table Credit: Amana Images Inc/Getty Images/amana images RF
나혜인 PD: 그렇군요. 사실 호주에서도 한인사회에서 결혼식이 있으면 종종 부조를 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요. 이때에도 좀 식대를 감안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떠세요?

유화정 PD: 아무래도 메뉴 가격이 높으면 그 책정금도 당연히 비례해서 높아져야 할 것 같고요. 또 초대를 받았는데 보통은 이제 커플이 같이 가지 않습니까? 그럴 때 한 사람 가는 거와 두 사람 가는 것이 2배가 나오니까요. 그걸 고려해서 가야 되지 않을까요?

나혜인 PD: 게다가 사실 한국의 부조 가격을 그대로 호주에 적용할 수 없는 게 약간 물가 차이도 있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그렇죠. 거기에 또 시급도 다르죠.

나혜인 PD: 최저 시급이 차이가 있죠.

유화정 PD: 한국의 경우는 9,860원으로 현재 알고 있고요. 호주는 얼마 전에 인상이 됐지 않습니까? 현재 24불 10센트가 최저 시급인데요. 현실감에 맞게, 한국에서 5만 원을 호주화로 환산하면 60달러가 되는데요. 그러기에는 조금 현실적이지 않는 액수이지 않을까요? 호주 사회에서는 호주 사회대로 여기 형평성에 맞게 좀 고려를 많이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Money wallet
Credit: WikiCommons
나혜인 PD: 그럼요 그렇습니다. 최저 시급 자체도 이미 한국과 호주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니까요. 조금 이런 부분들 고려해서 현실적인 수준의 부조를 책정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미덕에서 출발한 우리 전통 풍습이 현대에 와서는 '준조세'라고까지 표현할 만큼 좀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줄줄이 결혼 청첩장이 날아들고 예기치 않은 장례식 등 경조사가 연이어 생기면 솔직히 부담이 되긴 하죠.

유화정 PD: 그렇죠. 맞습니다. 축의금 적정 액수에 대한 MZ 직장인들의 고민은 또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데요.

나혜인 PD: 특히나 사회초년생이면 월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더 크실 것 같아요.

유화정 PD: 대체로 이 축의금 등 경조사비는 본인이 해당될 때 되돌려받는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요. 나의 결혼 때 다시 또 축의금이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요즘엔 비혼주의자들이 많습니다. 이 비혼주의자들의 경우에는 주변에 축의금을 주고도 정작 자신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나혜인 PD: 이럴 때는 그때 저희가 소개해 드린 반려견 결혼식이라도 한 번 (웃음)

유화정 PD: 그래서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이른바 비혼식을 열어서 스스로 비혼식을 열어서 축의금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나혜인 PD: 그렇군요. 그런데 비혼식 하고 나서 또 결혼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인생은 알 수 없잖아요.

유화정 PD: 다음 컬처에서는 그런 문제도 좀 다뤄볼까요?

나혜인 PD: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있어 예민한 문제인 청년 직장인들의 축의금 풍속도, 컬처 IN 오늘은 MZ세대의 딜레마인 축의금 적정 액수에 대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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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202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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