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웨스트라이드에 위치한 한 댄스 스튜디오.
이곳에서는 검은색 무용복을 맞춰입은 중년의 여성들이 한국 전통 음악 선율에 맞춰 한국 무용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낯설지 않은 한국 전통 음악의 가락이 이들의 몸짓과 손끝에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룹니다.
이들은 대부분 40-50대 한인 여성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한국무용단입니다. 오랜 이민 생활을 보내는 동안 가족에게 집중하며 스스로에게 소홀했던 시간을 이제 무용을 배우며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고 팀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노지숙 회원(좌)과 정유경 회원(우) Credit: SBS Korean
노지숙 회원: 제가 지금 하는 공부 중에서 셀프케어라는 그 목록이 있는데 취미를 찾아서 뭔가 하나 해보는 거였어요. 내 나이 45세에 뭘 해볼까… 몸으로 해 본 게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이 얘기를 듣고 한번 해보자 도전해 보자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한국 전통 음악이 싫었거든요. 들으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여유, 그 음악에 있는 여유도 너무 좋고 일단 여기로 오게 되면 그냥 어린 제가 되는 거예요. 정말 깔깔깔 웃고 새로운 걸 배우고 새로운 저를 찾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한국의 춤이라 하면 요즘 세대에게는 K-pop 댄스가 더 익숙할 겁니다. 시드니와 멜번과 같은 대도시에서 케이팝 댄스팀이나 케이팝을 배우는 댄스 스튜디오를 찾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무용은 호주인들에게 낯선 춤일텐데요, 이들 중년 여성들은 왜 한국 무용을 택했을까요?
노지숙 회원: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까 애국심이 조금 자라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녀들 친구들이 Kpop이랑 k 문화에 대해서 되게 관심이 많은데 쟤네들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한국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알고 싶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Kpop 뭐 이런 댄스보다 약간 복근을 쓰는 이런 쪽, 나이가 들어서도 배울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서 한국 무용을 선택했습니다.
김희경 회원: 재밌었어요. 발레라든지 현대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해야지 스트레칭해서 스킬이 나오는데 한국 무용은 나이가 들어도 자기가 좋아하고 연습을 많이 하면 늘어나요. 호흡이라든지 모든 것들이 근력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잘 쓰게끔 만들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무용이 한국 무용이에요.
정우경 회원: 제가 옛날에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 전통 노래, 음악 진짜 1도 관심이 없었어요. 하나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저도 나이가 일단 들고 제가 일하는 곳이 에이지드 케어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주로 제가 케어를 하잖아요. 그래서 주로 그런 음악을 많이 틀게 되고 듣게 되니까 나이가 들면서 그런 한국적인 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나도 모르게 유튜브를 찾아보는데 옛날 같으면 전혀 그런 음악을 안 쳐다봤을텐데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보게 되고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가락도 좋고 ‘아 역시 내가 이렇게 한국 사람이라서 이제는 이렇게 마음에 와 닿나’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한국 무용으로 오게 된 것 같아요.
무용 연습 중인 제이댄스 아마추어 댄스팀 Credit: SBS Korean
장정희 무용가: 한국 무용 같은 경우는 우리가 한복을 입고 춤을 추잖아요. 한복을 입고 춤을 췄을 때 등이 조금 말려 있거나 턱이 조금만 나와 있어도 그 자세가 정말 예쁘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 무용은 내 몸이 내 선이 가장 아름다운 선을 한국적인 선을 그 곡선의 미를 찾아가거든요. 그래서 그 선들도 같이 배워 나가시면서 그 아름다운 미에 진짜 푹 빠지는 거죠.
한국 무용은 한국의 전통적인 춤이지만 접하기가 쉽지 않고 발레나 다른 대중적인 춤에 비해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정희 무용가는 한국 무용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란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호흡을 통해 아름다운 선을 몸으로 표현해내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장정희 무용가: 한국 무용은 가장 포인트가 호흡이에요. 그리고 그 박자, 춤의 사위인데 정중동의 그 춤의 사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거는 다른 전 세계에 가도 사용하지 않는 호흡과 박자거든요. 우리나라, 우리 춤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에요. 이게 한국 사람한테 나올 수 있는 그런 호흡, 우리 마음에 가지고 있는 약간 그 깊이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만 쓰는 단어가 있죠. 한이라고. 그런 단어가 있듯이 우리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뿌리 안에 우리 피 안에 그런 것들이 다 내재되어 있나 봐요.그래서 이런 것들을 건드려 드렸을 때 저분들이 확 마음에 와닿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한국 무용은 호흡을 하며 심신의 안정을 가져오고,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해줄 뿐 아니라 호흡과 연륜을 통해 나이들어서도 깊이 있는 몸짓을 선보일 수 있는 춤입니다.
이렇게 중년 여성들이 용기를 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데는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노지숙 회원: 사실은 처음엔 비밀로 하고 있다가 나중에 공연을 한 번 하게 되면 그때 초대해서 짜잔 하려고 했었는데 지난 텀에 그 한국 케이 컴퍼티션이라는 소고춤이 있어가지고 하게 돼서 그러고 나서 온 가족이 그걸 봤는데 다들 너무 놀랐었고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얘기를 해서 너무 뿌듯했어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여 하나의 팀으로 더욱 가까워진 것은 단지 춤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녀 양육부터 남편 이야기까지 서로의 공감대를 나누면서 이해와 공유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신생 아마추어 댄스팀으로서 호주 한인 사회에서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장정희 무용가에게 앞으로 기대되는 점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희경 회원(좌)과 장정희 무용가(우) Credit: SBS Korean
댄스팀 모두가 앞으로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앞으로 춤을 출 수 있는 날까지 한국 무용을 함께하고 싶다는 부푼 희망을 전했는데요.
정우경 회원: 나중에 제가 잘하게 된다면 이제 공연 같은 데에 조인을 해서 공연도 다니고 제가 카스케어에 있는데 그런 어르신들 행사도 되게 많아요. 그런 데서 한번 조인해 보면 우리 어르신들이 저를 보고 얼마나 또 좋아하실까 그 생각도 해 봐요. 그리고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김희경 회원: 한국 무용을 계속 하고 싶고 또 이렇게 하면서 재미가 느껴지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제 자신을 찾고 싶어서 한 거예요. 그냥 평소 생활할 때는 제 자신을 거울로 잘 안 봐요. 그렇지만 무용을 하면 제 자신과 저의 마음과 태도를 거울을 통해서 음악과 제 자신을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거예요.
노지숙 회원: 팔다리가 움직여주는 한은 계속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런 걸 처음 해봤기 때문에 로보트 같은 제 몸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걸 보게 되면 저도 뿌듯하고 참 대견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다는 게. 그리고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팀으로 하기 때문에 하기 싫은 날 있잖아요. 근데 여기는 다 같이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와야 된다는 그것 때문에 커밋먼트(약속)라고 해야 되나…그것 때문에 오게 되는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날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한국무용을 배우며 얻은 경험과 깊은 이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한국 문화를 나누는 것이 그들의 큰 꿈입니다. 시드니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전통무용을 전파하는 아름다운 중년 여성들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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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음력설 특집: 전통 춤사위로 호주에 한국의 숨결을…한국무용가 장정희
SBS Korean
22/01/202522:23
2025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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