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챗: 8살 주인공에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안긴 스페인 영화 ‘2만 종의 벌’

권미희 리포터: 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에스티발리즈 우레솔라(Estíbaliz Urresola Solaguren) 감독의 2023년 스페인 영화 <2만 종의 벌 20,000 Species of Bees>입니다. 2023년 베를린국제영화에서 최초 공개되었고요. 주인공이었던 소피아 오테로는 최연소 최우수 주연상 은곰상을 수상했습니다.

나혜인 PD: 네.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 그가 영화제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명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에 어떤 영화일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내용 소개해 주시죠.

권미희 리포터: 네. 영화는 8살 난 주인공 아이토르는 삼남매 중 막내입니다. 조각가 엄마는 여름방학을 외갓집에서 보내기로 하고 아이들의 아빠와 작별 인사 후 본가로 향합니다. 모처럼 본가에 온 엄마는 한숨을 돌리며 아빠의 작업실이었던 곳에서 본인의 작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은 외할머니를 비롯해 친척들과 한여름 시골을 즐깁니다. 아이토르는 어쩐지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요, 학교도 가기 싫었고, 다 함께 수영장도 가기 싫어하고, 심지어 본인의 이름 아이토르, 별명인 코코도 싫어합니다. 누가 본인을 부르는 걸 거부하며 숨기 바빴는데요, 양봉을 하시는 이모할머니 댁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조금씩 본인의 고민을 내비칩니다.

나혜인 PD: 네, 아이토르의 정체성 탐색이 남으로부터 불려지는 ‘이름’으로 투영된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제목과도 같은 수많은 종의 벌들을 만나면서 그의 자아 찾기가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아이토르는 자신의 몸이 남성이라는 것, 여자 탈의실로 갈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한데요, 이것이 자꾸 말썽을 일으키자 본인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까지 하고 슬퍼합니다. 이모할머니는 그런 그에게 누구나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데요, 결국 그는 자신을 ‘루시아’라고 불러달라며 모두에게 말합니다. 그의 성 정체성 고민을 각자 다른 방식과 깊이로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모습, 그 안에서 치열히 자아 찾기를 하는 루시아의 모습이 아름답고도 먹먹히 다가왔던 영화였습니다.

나혜인 PD: 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루시아의 고뇌의 무게가 또 어린아이 특유의 무한한 가능성, 순수함 속에서 자연스레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오늘은 <알리의 웨딩 Ali’s wedding >와 함께했는데요, 특별한 영화와 함께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시네챗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고생하셨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또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