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주 내 반려동물 입양 건수가 45% 나 급증했습니다. ‘애완의 대상’에서 ‘여생을 함께하는 존재’가 된 반려동물 돌봄에 대해 최근 자녀 출산 및 양육 휴직과 유사한 휴가 제도를 요구하는 청원서가 등장해 눈길을 끕니다. 자세한 내용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Highlights
- 팬데믹 이후 반려동물 입양 대 유행… ‘Pandemic puppy’ 등장
- 호주, 반려동물 입양 45% 급증…수의사 부족 해외 인력 구인
- 반려인 81%, 반려동물에 대한 입양 장례 휴가 병가 요구 청원
- 반려동물 가족처럼…'인간화(Pet Humanisation)' 트렌드 확산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호주는 세계에서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데, 호주 내 반려 동물 수가 호주 전체 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유화정 PD: Animal Medicines Australia(AMA) 호주 동물 의약청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전체 가구의 62%에 해당하는 즉, 5가구 중 3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이는 미국(57%)과 영국(40%) 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호주 내 전체 반려동물 수는 2019년 기준약 2, 900만 마리로 추정됐는데요. 호주 인구 2,570만 명으로 사람보다 반려 동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려 동물의 종류로는 반려견이 약 510만 마리로 가장 많고, 이어 반려묘가 약 376만 마리, 이 외에 물고기 새, 말, 토끼, 기니피그 등을 많이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락다운,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 동물 입양이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요?
유화정 PD: 유례없는 코로나19재난 사태에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의 유기가 증가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 우려는 오히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인데요.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강아지 입양 트렌드가 급증하자 이를 반영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BBC 방송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강아지 열광에 불을 붙였나’라는 보도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로 국가가 봉쇄된 기간에 강아지 가격이 크게 올라 혈통 있는 품종견의 경우 최대 5,500 호주달러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 내 반려동물 입양 건수도 크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죠?
유화정 PD: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주 내 반려동물 입양 건수는 최대 4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니 상대적으로 반려동물 돌봄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반려동물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 반려동물 보호자들 절반이 꼽는 가장 큰 장점은 반려동물과의 관계 형성에서 오는 사랑. 애착. 우정 등으로 반려동물 덕분에 삶의 질이 더 나아지고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호주 내 반려동물 입양이 큰 폭으로 급증함에 따라 수의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요. 정부는 수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인력 구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죠.
유화정 PD: 호주수의사협회(AVA)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반려동물 입양이 급증했지만 국경 봉쇄에 따른 숙련 기술이민자 유입 감소 등으로 수의사 업계가 심각한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호주 전국에 걸쳐 최소 8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알렉스 호크 이민부 장관은 “수의사를 우선 기술이민 직업군 목록(PMSOL)에 등재하고 특별 입국허가를 부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호주수의사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려동물 입양 건수가 급증하면서 수의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20~30% 증가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호주에서 반려동물 돌봄에 대해 자녀 출산 및 양육 휴직과 유사한 휴가 제도를 요구하는 청원서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보죠.
유화정 PD: 호주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업체 펫컬처(PetCulture)가 반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반려동물 돌봄에 대해 직장에서 유연성을 제공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설문 응답자의 60%는 본인이 근무하는 직장의 반려동물 친화 정책이 ‘결여’ 또는 ‘시대의 흐름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답했습니다.
펫컬처 측은 이를 근거로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다. 부모나 자녀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보살핌, 슬픔 등의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라며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반려동물을 새로 맞이하거나 잃었을 때, 또는 아플 때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이 같은 목소리를 담은 청원서가 등장한 겁니다. 청원서에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병가, 입양 및 장례 시 유급 휴가, 그리고 이외에도 5성급 리조트 글램핑 이용 시 반려동물 동행 허용, 반려동물 친화적인 업무환경 조성 요구 등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는 반려동물을 ‘fur baby’라고 지칭하고 있죠. 자녀로서 생각하고 돌보는 경향이 짙은데, 이처럼 애완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자녀처럼 키우는 '펫 휴머니제이션 (Pet Humanisation)' 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해요. 이유가 뭘까요?
유화정 PD: 1인 가구 증가가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를 설명하는 첫 번째 요소입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단둘 이만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1인 가구들의 경우 함께 사는 반려동물을 동물을 넘어서 가족처럼 아끼고 보살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의 등장도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SNS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올리는 글 중 하나가 자신의 반려동물에 관련된 글인데요. SNS 특성상 자신의 분신 같은 반려동물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점차 옷도 입히고, 더 좋은 것도 먹이고, 마치 자식처럼 반려동물을 대하게 되는 것이죠. 유명 명품 브랜드의 펫 팻션 등 관련 산업이 덩달아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진행자: 팬데믹과 함께 확산된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 및 관심 증가는 소중한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도 자연스레 이어졌는데, 이로 인해 반려동물 건강 관련 제품 시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 만든 사료가 호주로도 수출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전문가들은 펫 휴머니제이션은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인격이나 권리를 부여하는 것 뿐만아니라 사람에 준하는 수준의 음식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련의 사고와 행동을 포괄한다고 설명합니다.
코로나19 쇼크로 말미암아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나아가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나 면역 상태까지 챙기기 시작하면서 반려동물 건강 제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호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사료를 선택할 때 브랜드 평판이나 가격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세계적인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 사의 한국 김제공장이 2020년 6월 호주 정부의 까다로운 수출 승인 절차 및 현장 실사를 통과해 호주에서의 대량 수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예전부터 반려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왔고, 이 세금을 유기동물 관리나 동물학대 방지 시스템 운용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죠.
유화정 PD: 반려동물 과세의 시초는 19세기 초 광견병 유행 감소를 목적으로 독일에서 처음 시작돼 많은 유럽 국가로 확산됐으나 1970년대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졌습니다.
독일은 '훈데스토이어'라는 반려동물 보유세가 현존하는데,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 1년에 한 번 약 160 호주 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만약 반려인이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세금포탈죄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는 반려견 1마리를 키우는데 연간 약 180 달러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걷어진 세금은 '동물 경찰'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동물학대나 유기를 감시하고 단속하는 데 사용됩니다.
1987년 반려동물 보유세를 폐지한 영국은 2018년부터 6개월 이하의 강아지와 고양이를 펫 샵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분양 받기 위해서는 개인 사육자 또는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와야 합니다.
진행자: 전 세계 국가들은 '동물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호주는 그 이름부터 특별한 '반려동물법(The Companion Animals Act)'을 제정해 실시하고 있는데, 호주 반려동물 법은 어떻게 다른가요?
유화정 PD: 호주 반려동물법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강아지와 고양이는 생후 12주가 되기 전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해 반드시 등록해야 합니다. 반려인의 정보가 바뀌거나 다른 반려인에게 양도될 경우, 반려동물이 실종될 경우에도 신고는 의무사항인데요. 신고된 반려동물의 경우 마이크로칩 기록을 차단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반려인이 아닌 사람이 반려동물을 데려가거나 판매하는 것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4마리 이상 키울 때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동물을 수집하는 이른바 '애니멀 호더'도 철저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ACT에서는 반려견 산책을 하루 1번 이상 하지 않는 견주에게 4,000 달러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채택되기도 했죠. 호주 반려동물법은 동물을 단순히 소유물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더불어 NSW주, QLD주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하루 종일 개를 가둬 두거나 묶어 놓을 경우에 이를 동물학대나 방치로 규정해 최대 226,000달러(한화 1억 8000만 원)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반려동물 입양 트렌드가 향후 유기동물 증가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반려동물 입양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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