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중국 독거노인, 12년간 보살펴준 이웃에게 전 재산 상속…'혈육보다 낫다'
- 외로운 호주 청년들, 노년층보다 더 힘들다...젊은층의 사회적 고립 심화
- 호주심리학회, 외로움의 사회적 파급력 강조...정부 차원의 정신건강 정책 반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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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혈육보다 낫다'...12년간 돌봐준 이웃에 집 5채 포함 전 재산 상속
SBS Korean
22/03/202512:58
최근 중국에서 93세 독거노인이 자신을 12년간 돌봐준 이웃에게 집 5채를 포함한 전 재산을 상속한 사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고령화 시대 속에서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웃 간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반면, 호주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노년층보다 오히려 청년층이 더 큰 외로움을 느끼며 사회적 불안과 우울증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며,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자세한 내용 컬처인에서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오늘 이야기의 시작은 중국에서 화제가 된 한 유산 상속 사례입니다. 최근 중국에서93세 독거노인이 12동안 자신을 돌봐준 이웃에게 집 5채를 포함한 전 재산을 상속한 사연이 큰 주목을 받았죠?
유화정 PD: 보통 유산 상속이라고 하면 가족이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번 사례에서는 혈육이 아닌, 끝까지 보살펴준 이웃에게 유산을 남긴 것이 인상적입니다.더 놀라운 점은, 법원도 이를 정당한 상속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나혜인 PD: 분명히 특별한 사연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어볼까요?
유화정 PD: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베이징시 순이구에 사는 한 노인은 만 81세가 됐을 때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마을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마을위원회의 추천으로 평소 가까이 지낸던 이웃 남성이 부양자로 나섰고, 두 사람은 ‘유증부양협의’를 체결했습니다. 협의에 따라 남성은 노인의 여생을 돌보는 조건으로 전 재산을 상속받기로 한 것이죠.
이 남성은 노인의 생일을 챙겨주고, 함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는 등 정성을 다해 보살폈습니다. 심지어 자기 손주를 데리고 자주 찾아뵙는 등 가족처럼 노인을 살뜰히 돌봤다고 합니다. 12년간 돌봐드린 노인이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이 남성은 직접 장례를 치르고 묘지까지 마련했습니다.
나혜인 PD: 노인에게는 자식이나 돌봐드릴 아무런 혈육이 없었나요?
유화정 PD: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내온 노인에게는 여동생과 조카들이 있었지만, 생전 돌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법원은 노인의 유언과 12년간의 부양 사실을 인정하며, 평생을 쓸쓸하게 살아온 독거 노인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봐준 남성에게 노인의 유산 전부가 상속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Credit: Aged Care Online
나혜인 PD: 그렇죠. 이 사례를 보면 '가족이 아니어도 진정한 유대관계가 가능할까?'하는 질문이 떠오르는데요. 노년층의 고독사 문제는 세계적으로 큰 사회적 이슈이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백세 시대를 맞아 고령화 사회에서는 이웃과의 관계나 사회적 연결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독거노인 고독사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에서는 신문배달원이나 택배 기사들이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응급 상황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죠.
프랑스에는 '모나리자(Monalisa)'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독거노인과 전화하거나 방문해 사회적 교류를 돕는 방식인데요. 이를 통해 노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모나리자, 혹시 '미소 천사' 같은 의미 아닐까요? 제가 듣기로는 독거 노인과 대학생이 함께 거주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던데요?
유화정 PD: 네. 맞아요. '코로카시옹(Coloc'âge)'이라는 프로그램인데요. 프랑스에서Colocation (코로카시옹)은 여러 사람이 한 집을 나눠서 함께 사는 형태의 주거 방식을 뜻합니다. 보통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이 선택하는데요.
colocation과 age를 합성한 '코로카시옹(Coloc'âge)' 프로그램은 독거노인과 대학생을 매칭해 함께 거주하도록 돕는 주거 공유 시스템입니다. 독거노인은 젊은 사람과 교류하며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고, 대학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 공간을 확보하면서 가정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세대 간의 상생을 위한 공동 거주 형태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방식으로 고독사를 예방하고, 지역 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효과를 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보통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 멀어지고,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서 외로움이 커진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최근 호주에서 외로움을 가장 심하게 겪는 연령층이 청년층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35세 미만의 젊은 호주인들이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호주 유니티 웰빙 지수(Australian Unity Wellbeing Index) 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사람들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Social Isolation and Loneliness Photo credit should read: Dominic Lipinski/PA Wire Credit: Dominic Lipinski/PA/Alamy
특히 호주 스윈번 대학교와 호주심리학회의 조사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의 노년층 가운데 ‘우정 결핍’을 호소한 경우는 46%에 그쳤지만, 18세~35세 사이의 청년층에서는 무려 62%에 달했습니다.
나혜인 PD: 65세 이상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불안과 우울 증상이 낮고, 사회 활동도 더 활발한 반면, 청년층은 불안과 우울 증상이 더 심하고, 사회적 고립을 강하게 느낀다는 점이 주목되는 데요. 그런데,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요?
유화정 PD: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수록 외로움이 심해지고, 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실제로 외로움을 심하게 느낄수록 수면 장애, 두통, 위장 문제, 현기증, 감기 같은 증상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는데요. 외로움이 심화 할수록 우울증, 불안장애, 자신감 저하 같은 정신 건강 문제기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하나 충격적인 사실은 이 조사에서 ‘대화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5명 중 1명이나 됐다는 점인데요.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1.5%나 됐습니다. 21.4%는 사람들과 가깝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한다고 했고, 25.5%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나혜인 PD: 이런 데이터가 말해주는 건, 호주에서도 외로움이 정말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반증일 텐데요. 이처럼 젊은 세대가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외로음을 더 심각하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화정 PD: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을 꼽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원인은 생활비 위기와 주택 가격 상승입니다. 호주에서는 집값과 월세 부담이 너무 커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젊은이들이 많은데요. 이런 경제적 부담이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Victoria, British Columbia, Canada Credit: Helene Cyr / Design Pics/Getty Images/Design Pics RF
나혜인 PD: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요?
유화정 PD: 이 분야 전문가들은 외로움을 단순한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건강 이슈로 보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디킨 대학교의 케이트 라이셋 박사는 "젊은 세대의 외로움 수준이 이렇게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는 사회적 연결성과 정신 건강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호주심리학회의 로스 나이트 회장은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정신 건강 정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혜인 PD: 끝으로 청소년기의 외로움과 관련된 노르웨이의 연구 결과도 짚어보죠. 청소년기에 높은 수준의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중년기에 음모론적 세계관을 가질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고요?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유화정 PD: 이번 연구는 노르웨이 국민 22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려 30년 가까이 진행된 장기 추적 조사인데요. 연구진은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음모론적 세계관을 가지는 확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기에 높은 수준의 외로움을 보고한 사람들은 중년기에 음모론을 지지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는데요.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 사람들 역시 중년기에 음모론적 세계관을 가질 확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경험이 음모론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결국,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건강 이슈로 봐야 한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네요. 단순히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이웃의 작은 관심과 따뜻한 대화가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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