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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호주 가정집이 변화하고 있다” 아파트 살이, 현실은 ‘빛 좋은 개살구?’
SBS Korean
27/03/202511:11
나혜인 PD: 호주인들 대부분 하우스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호주의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고밀도 생활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자녀가 있는 많은 부모들이 거주하게 되는 건데요, 호주의 주택 위기가 심화되면서 고밀도 생활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나혜인 PD: 호주의 표준 주거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홍태경 PD: 2024년 코어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의 모든 주도에서 인구 밀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2003년과 비교해 약 40%가 증가했습니다. 또한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아파트에 사는 자녀가 있는 가족의 수는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 56% 증가했습니다.
2016년 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 5채 중 1채에는 자녀가 있는 가족이 거주하고 있었고, 가장 최근 인구 조사인 2021년 센서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건설된 신축 주택의 30.9%를 아파트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20년 동안 변화하는 주거 형태 흐름은 막을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마당이 있는 넓은 하우스에서 자란 부모의 경우 이러한 변화는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죠?
홍태경 PD: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며 이웃과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는 가정들을 SBS 뉴스 시사프로그램 THE FEED에서 만나봤습니다.
알리샤 가르시아 씨 가족은 골드코스트에서 거주하고 있는데요 31살의 알리샤 씨는 골드코스트 아파트를 구입했을 당시 파트너와 함께 아이를 낳고 살면서 이 곳에서 평생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독립형 하우스를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운좋게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하우스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해야 했기에 두 사람은 아이를 차일드케어에 보내지 않았지만, 알리샤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육아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날 없이 몸이 좋지 않는 날에도 아이를 돌봐야 했고 특히 에너지 넘치는 아기와 작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추가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나혜인 PD: 제한된 공간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아이들은 놀이터나 집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답답해하니까요.
홍태경 PD: 아이도 엄마도 모두 힘든 시간이죠. 알리샤 씨는 본인과 아이의 정신 건강을 위해 매일 집 밖으로 외출을 하면서 아파트 공용 공간을 놀이터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웃들은 곧 인내심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관대한 사람들이었는데, 아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발코니에서 장난감을 밀어내기도 하고 더 시끄럽게 소리지르거나, 밖에 있고 싶어했어요."
결국 이웃들은 알리샤 씨 가족에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토로했고 이들이 이사를 갔을 때 모두가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들이죠. 심지어 음식점에서도 통제가 안되는 아이때문에 다른 손님들이 불편을 겪어야하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아이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알리샤 씨 가족처럼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많은 겁니다.
홍태경 PD: 호주 통계청(ABS)과 CommSec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호주의 신축 하우스의 평균 면적은 230제곱미터였고, 아파트는 약 69% 낮은 136제곱미터였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아이가 뛰어놀수 있는 공간과 가족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Apartment living is on the rise in Australia. Source: SBS
나혜인 PD: 알리샤 씨의 경우에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이사를 가지 못하는 여건인 가정도 많을텐데요, 그런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홍태경 PD: 말씀대로 누구든지 이사를 가고 싶다고해서 계획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결말을 가져오는 경우가 이는데요, 35세의 아니루드 할다르 씨는 바로 그 이유로 파트너와 결별을 해야 했습니다.
아니루드 씨는 파트너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첫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요, 두 번째 아이를 낳자고 제안한 후 파트너가 이를 거절하면서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인도에서 자란 아니루드 씨는 고민도 생활에 익숙했지만, 호주 해안 지방의 수영장이 있는 하우스에서 자란 그의 파트너는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아이를 더 낳아 키울 생각이 없었던 건데요, 결국 두 사람은 생활 방식에 대한 의견을 맞춰나갈 수 없었고 서로 각자의 길을 걷는 데 합의했습니다.

Living in high-density with his partner was the catalyst for Aniruddh Haldar's relationship breakdown. Source: Supplied
호주의 주택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25년 전 시드니의 평균 주택 가격은 약 31만2,000달러였지만 지금은 약 165만 달러입니다. 하우스에서 성장한 호주인들이 아파트 거주 형태를 받아들이는 데는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홍태경 PD: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밀도 주거지에 살고 있고 아파트는 현재 모든 거주형 주택의 16%를 차지하고 이지만, 일반적으로 하우스 구매를 하기 전 "중간 단계"로 거쳐가는 곳으로 여겨진다고 뉴캐슬 대학교의 청소년 사회학자 줄리아 쿡 박사는 말합니다.
"호주에는 주택 소유에 대한 뿌리 깊은 문화적 태도가 있습니다. 현 세대의 대부분은 독립형 하우스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따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쿡 박사는 The Feed에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 좋았던 기억이나 추억의 일부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을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향수적인 요소가 있으며 자녀가 부모 자신이 가진 것 중 최고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도 여기에 작용한다고 쿡 박사는 말했습니다.

Of 1012 people who answered The Feed's Instagram poll, 952 reported being raised in a house rather than an apartment. Source: SBS
홍태경 PD: 40세 라밀 씨도 시드니의 원베드룸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내는 소음때문에 이웃들로부터 여러 차례 좋지 않은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이가 뛰어다기 시작하면서 층간 소음으로 인해 이웃과 얼굴을 붉히는 일이 다반사였는데요, 결국 아이가 뛸 때마다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살던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Emotion, Space and Society라는 오픈 액세스 저널에 지난 2018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호주인은 종종 '좋은' 이웃을 말할 때 조용한 이웃을 연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의 소음이 일반적인 기준이어서는 안 되며, 가족들이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끼려면 문화적으로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주거 형태 변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개선해야 할텐데요, 하지만 많은 호주 아파트 설계는 아이가 있는 가정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지 않습니까?
홍태경 PD: 2021년 주택 개발 및 정책에 초점을 맞춘 국제 연구 저널인 Housing Studies에 게재된 고밀도 주택에서의 규범과 부모의 경험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가정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부모는 아파트를 '집'처럼 느낄 수 없다는 우려와 자녀에게 자유로움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Australian families raising families are flocking to apartments as cheaper alternatives to freestanding houses. Source: SBS / Kathleen Farmilo
고밀도 생활은 사실 한국을 포함해 인도, 중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들 국가의 일부 도시는 고밀도 생활을 통해 혁신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서울은 고밀도 지역인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개발해 복합 공원지구로 재탄생시켰고, 싱가포르의 일부 학교는 방과 후에 대중에게 개방되어 부모가 자녀를 데려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제공합니다.
나혜인 PD: 네 잘 들었습니다. 친절한 경제, 오늘은 변화하고 있는 주거 형태 속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며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알아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뉴스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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