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돼서 행복한가요?” 덴마크 입양아 출신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의 답변은…

Sun Hee Engelstoft, director of documentary Forget Me Not

Sun Hee Engelstoft, director of documentary Forget Me Not Source: Sun Hee Engelstoft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SBS On Demand를 통해 호주에 공개된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의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은 한국 10대 미혼모들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Highlights
  •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 현재 한국 55개 극장에서 상영 중
  •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 제주도 미혼모 보호 단체 애서원에 거주하며 다큐 촬영
  • 자신을 버린 친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10대 미혼모들을 카메라에 담아…
진행자: 아기를 입양시킬 수밖에 없는 한국의 10대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 저희SBS온 디멘드를 통해 방영되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덴마크 한국 입양아 출신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시켜 만든 작품인데요.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 나혜인 프로듀서가 연결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마’가 저희 SBS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온디멘드를 통해 호주에 공개됐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 입양아 출신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의 작품인데요. 여러 가지 이유로 입양을 강요받는 한국의 10대 미혼모 3명을 따라가며 그들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 개인의 이야기도 이 다큐멘터리에 반영돼 있는데요. 이 작품은 현재 한국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홍보를 위해 한국에 있는 선희 엥겔스토프트 감독 연결했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혜인 피디: 네. 감독님.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 먼저 한국말 인사를 해 주시겠어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안녕하세요? 저는 선희 엥겔스토프트 입니다.

“한국 전역으로 55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지금 한국에 계시는데요. 한국에서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세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아주 잘 되고 있어요. 너무 신나요. 제 작품이 6월 3일부터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어서 홍보를 위해 왔거든요. 많은 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너무 기쁘고요. 놀랍기도 합니다. 

나혜인 피디: 와. 좋습니다.

앵겔스토프트 감독: 네. 한국 전역으로 55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Forget Me Not
Forget Me Not Source: Forget Me Not
나혜인 피디:  와. 대단합니다. 지금 한국에 계신데… 한국은 몇 번째 방문하신 건가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아, 자주 왔었어요. 2002년에 제가 20살 때 처음 왔고요. 지금까지 한 15번 정도 온 것 같아요.

나혜인 피디:  그런데 이번 방문은 좀 더 심정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직접 만드신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오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네. 이 작품이 속하는 곳에 제가 데리고 온 기분이었어요. 사실 이 다큐를 만드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덴마크와 서양 사회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것도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소수에 속하는 관객이 아니라 다수에 속하는 관객들에게 보일 수 있어서 정말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요. 제게는 아주 감동적이에요. 정말 감동적이에요.

“제 어머니와 같은 상황에 있는 한 여성을 찾아서 이해하고 싶었어요.”

나혜인 피디:  네. 이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죠.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마’는 어떤 작품인가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Forget Me Not’ 은 제주도의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서원에 사는 3명의 여성들을 따라가는데요. 이 여성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임신을 해서 이곳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곳에서 아기를 키울지, 아니면 보낼 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하죠. 전 제 어머니가 왜 저를 입양시켰는지, 왜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전 제 어머니와 같은 상황에 있는 한 여성을 찾아서, 그걸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 심정이 어떤지,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를요.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이런 내용에 대한 거에요. 그런데 사실 판도라의 상자처럼 돼 버렸죠. 제가 미혼모 피난처에서 알게 된 것들은 절대 제가 상상하지 못한 내용들이었거든요.  

나혜인 피디:  그럼, 원래 기대하셨던 건 좀 다른 내용이었나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네. 전 사실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고 모성을 가지게 되는 행복한 이야기를 기대했어요. 전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 몰랐기 때문이죠. 아이를 계속 지키고 싶은 강력한 소망을 지닌 여성들을  찍을 때마다 그 끝이… 바라는 대로 되지 못했어요. 저는 그 사실이 아주 놀라웠어요.

나혜인 피디: 제가 이 다큐멘터리를 좀 찾아봤는데요. ‘나를 잊지 마, Forget Me Not’이 처음에는  ‘No Regrets’ 즉, ‘후회는 없어’로 불렸던데요. 영화 타이틀을 바꾸신 건가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네. 이 영화를 완성하는데 까지 8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어요. ‘후회는 없어’는 제작할 때 붙인 가제였어요. 여러 이유로 전 처음에는 입양의 과정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이해했었는데요.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많은 후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이상 그 제목을 쓸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나를 잊지마’가 된 거에요.

나혜인 피디:  저도 SBS On Demand를 통해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을 봤는데요. 이 여성들의 임신에서 출산, 입양의 과정을 다 담으신 것을 보면 정말 많은 시간 동안 이분들을 따라다니셨던 것 같아요. 총 8년이 걸리셨다고 하셨죠? 정확하게 촬영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나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대 부분의 촬영은 2013년에서 2014년에 했고요. 전 1년 반 정도 애서원이라는 미혼모 보호시설에 살았어요. 미혼모 보호시설에 있던 시간은 사실 힐링의 순간들이기도 했는데요. 왜냐면 처음으로 한국에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것 같았거든요. 제가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이죠. 그분들은 저를 자신들의 세계로 받아들였고, 저희는 서로를 이해했어요. 전 다 커서 한국에 돌아온 아이와 같아서 문화나 언어도 모르고, 완전히 의사소통을 할 수도 없었죠. 그분들은 아주 절박한 상황에 있었어요. 자신의 평생을 결정할 바른 결정을 내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어요. 너무나 강렬한 시간들이었는데요. 그런데도 한편으론 아름답기도 했어요. 그리고 또 제게는 의미가 있었죠. 그분들께 가까워질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아이들요. 제게는 너무나 특별한 시간들이었어요.

“그 여성이 물었어요. “입양돼서 행복하냐?”라고요.”

나혜인 피디:   덴마크에 계셨는데, 한국에 오셔서 다큐멘터리를 찍으시게 된 데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음… 전 항상 덴마크에서 아웃사이더였어요. 백인이 대부분인 사회에서 자랐어요. 입양 가족과는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족들은 제게 한국인이라는 제 정체성을 제공해 주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찾기 시작했죠. 2002년에서 2004년까지 자신을 찾는 여정을 했는데요. 제가 입양아 모국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2번째 왔을 때였어요. 김치 공장도 가고, 처음으로 한복도 입어보고, 종이접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했죠. 그때 마지막 일정이 한 천주교 수녀님이 아주 외딴곳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 시설을 방문하는 것이었어요. 전 사실 이런 곳이 존재하는 지도 몰랐어요. 저희가 그곳을 떠나려고 할 때였어요. 한 여성이 제게 왔는데 아마 한 임신 8개월쯤으로 보였었던 것 같아요. 그 여성이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어요. “입양돼서 행복하냐?”라고요. 전 완전히 얼었어요. 전 그때 22살이었어요.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직감적으로 저는 알았어요. 이 여성이 곧 자신이 아이를 키워야 할지, 입양 보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자신의 결정이 옳은 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것을요. 제게 행복하냐고 물었어요? 그게 좋은 선택인지요… 그 여성의 그 절실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것이 바로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한 이유죠. 이런 여성들을 찾아, 이 여성들이 실제로 처한 상황은 어떤 것인지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제 삶의 반을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데 보냈어요”

나혜인 피디:   그때…뭐라고 답하셨어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그때… 전 행복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질문에는 정말 해야 할 말들이 많았는데…

나혜인 피디:   맞아요. 단순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죠. 아주 복잡한 문제잖습니까?

앵겔스토프트 감독: 네. 맞아요. 제가 다큐를 찍으며 미혼모 보호소에 있을 때도 똑같은 질문들을 받았어요. 하지만 이때 제가 본 것들… 그리고 깨달은 것들로… 제 대답은 좀 달라졌어요. 전 제 삶의 반을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데 보냈다고 말했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요. 왜냐면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제게 한국과의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분들께 말했어요. 제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제 어머니와 함께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것들을요…
Sun Hee Engelstoft, director of documentary Forget Me Not
Sun Hee Engelstoft, director of documentary Forget Me Not Source: Sun Hee Engelstoft
나혜인 피디:   다큐를 촬영하시면서 감정적으로 얼마나 힘드셨을지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한국 입양아로써 직접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너무 감정적으로 지치지 않으셨어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전 사실 처음에 제가 뭘 하는지 몰랐어요. 이렇게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 거죠. 그래서 이 여성들을 따라가는 것 정말 벅찼어요. 참 벅찬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 어떤 놀라운 이유로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는 미혼모나 미혼부는 정말 초 자연적인 힘을 가진 영웅이에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분들은 이 사회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방금 아기를 잃은 그 여성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었어요.”

나혜인 피디:  다큐멘터리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어요. 방금 아기를 위탁 가정에 보내고 오열하던 미혼모를 카메라가 불안하게 따라가고 있었는데, 촬영을 하던 감독님께서 갑자기 카메라를 땅에 내려놓고 이 분을 꼭 안아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어떤 기분이셨나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아… 그 장면 이후 저도 무너졌어요. 전 사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고, 또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지리라고도 정말 알지 못한 채 그 여성을 카메라로 따라가고 있었어요. 제가 그때 너무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기를 위탁 가정 부모에게 넘겼을 때, 그 누구도 그 여성을 위로하기 위해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방금 아기를 잃은 그 여성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었어요. 만약 부모가 된다면, 아기에게 최선을 다해 주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기회를 다 뺏긴 거잖아요. 말 그대로 엄마의 손을 떠난 거예요. 그리고 이 여성은 삶에서 최대의 비극을 맞은 거예요. 제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제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기도 했어요.   

“어머니가 이 다큐를 보고… 부디 아셨으면 좋겠어요…"

나혜인 피디:  네 Forget Me Not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세요?  



앵겔스토프트 감독: 제 입양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아주 평범하게 일어난 일이고, 단 하나의 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에요. 전 이게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특정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아기를 잃을 위험에 처한 여성들에 대한 시스템요. 전 물론 이 상황이 매우 슬퍼요.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이 다큐멘터리를 제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것이에요. 어머니가 이 다큐를 보고 제가 어머니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있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부디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어머니가 분명 가지고 있을 어떤 죄책감 같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바라요. 왜냐면 불가능한 상황이었거든요. 어머니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어요. 이 여성들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나혜인 피디: 네.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을 제작한 한국계 덴마크 입양아이자 영화 감독 선희 앵겔스토프트 감독과 함께 했습니다. 감독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앵겔스토프트 감독: 네. 감사합니다.

나혜인 피디:  네. 다시 다큐멘터리 ‘Forget Me Not’ 은 저희 SBS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SBS On Demand 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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