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기록, 지워진 뿌리…호주 한국계 입양의 진실

Father and child holding hands

Father and child holding hands Source: Moment RF / boonchai wedmakawand/Getty Images

한국의 과거 해외 입양 정책에 의해 입양된 아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호주 사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호주로 건너온 수천 명의 한국인 아이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이 땅에 오게 된 걸까요? 그리고 왜 지금, 그들은 한국과 호주 정부를 향해 진실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Key Points
  • 과거 한국 해외 입양, 인권 침해 드러나…사기·위조·강압 난무
  • 해외 입양인 청원서 제출…피해자 인정
  • 호주 한국계 입양인, 공식적 조사 촉구…입양 서류 위조 의심
LISTEN TO
Korean_0804_adoption.mp3 image

조작된 기록, 지워진 뿌리…호주 한국계 입양의 진실

06:07
최근 한국의 과거 해외 입양 정책에 대한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호주 사회에는 중요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호주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인들이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그 과정은 정당했는가'를 묻고 있는 건데요.

이 질문은 한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지난 달 27일 해외입양 인권침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2022년에 시작된 이 조사는 과거 한국에서 이뤄진 해외 입양 프로그램에서 사기와 위조, 강압 등이 난무했다고 밝혔습니다.

1950년대 이후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아동들을 해외 입양 보낸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가난에 시달리던 한국은 민간 기관을 통해 초국가적인 입양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그 결과 최소 17만명의 아동들이 미국과 유럽, 그리고 호주로 입양 보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 중에는 출산한 여성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를 입양 보냈거나,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던 아이가 사망하자 다른 아이를 신원을 조작해 대신 입양 보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미아를 고아로 속여 입양을 보낸 충격적인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조사가 발표된 이후, 1964년부터 1999년 사이에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 367명이 입양 과정의 부당한 관행을 주장하며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지금까지 약 100건의 청원서가 분석됐으며, 이 중 56명의 입양인이 인권 침해의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호주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인들도 그동안 억눌려 있던 목소리를 내며 공식적인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피파 맥펄슨(Pippa mcpherson)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피파 맥펄슨(Pippa mcpherson). Source: SBS
피파 맥펄슨(Pippa mcpherson). Source: SBS
맥펄슨씨는 SBS News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맥펄슨 씨는 "집에선 영어만 사용했고, 저는 (저의) 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백인 친구들이 있고, 여자로서 화장을 하고 싶고 머리를 하고 싶은데, 얼굴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친구들이 팁을 주려고 해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스튜디오 지브리를 사랑하게 됐지만 20년 전의 저였다면 밀어내려고만 했을 것"이라며 "그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부끄럽고 창피해서 백인이 되려고 노력했을 거고, 저는 아시아인이 아닌 앵글로색슨계 호주인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계 입양인들이 최근 호주 정부와 한국 정부에 공식 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배경은, 단지 과거의 감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입양 과정에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음을 이들이 스스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맥펄슨 씨는 입양 관련 서류를 살펴보다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맥펄슨 씨는 "제 부모님은 입양 비용으로 1400달러를 지불한 후 200달러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 돈을 지불했다"며 "그런데 법원에 부모님이 서명한 서류에는 어떤 돈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입양된 아동이 20명이나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맥펄슨씨는 "전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건 한국에서 생모에게 아이를 포기하도록 강요한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한국 입양인과 호주 네트워크의 회장 션 곽(Shaun Kwak)씨도 호주로 입양된 한국인입니다. 곽씨 역시 SBS News와의 인터뷰를 통해 출생 정보를 얻기 위해 법원 문서를 열람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션 곽(Shaun Kwak). Source: SBS
션 곽(Shaun Kwak). Source: SBS
곽씨는 "제 입양을 돕기 위해 만든 한국 출생증명서엔 친부모를 모두 알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며 "그런데 파일 안의 다른 페이지엔 생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제 모든 사람들이 '내 파일이 조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며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봐온 이 서류가 위조됐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제 이들은 왜,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들을 입양시켰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맥펄슨씨는 "전세계 정부가 이 문제에 주목하고, 호주 정부에 국가 간 입양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아기를 계속 데려오기로 한국과 합의했다고 믿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 사람들이 더 많은 인식을 가질 때"라며 "국가 간 입양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떻게 처리돼 왔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입양은 사랑'이라는 말은, 그 안에 감춰진 복잡한 진실을 모두 말해주지 못합니다. 지금 호주 곳곳에선 한국에서 건너온 성인 입양인들이 그 '사랑'의 이면을 묻고 있습니다.
LISTEN TO
Adelaide Korean Festival-070425 image

한복, 막걸리, K-Pop까지… 애들레이드에 선 보인 한국 문화

SBS Korean

12:59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뉴스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과 을 팔로우하세요. 와 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어 프로그램 전체 다시듣기를 선택하시려면 을 클릭하세요. SBS 한국어 프로그램 팟캐스트는 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