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정 PD: 2025년 음력설 특집 방송 함께하고 계십니다. 어린 시절 고국에서 보냈던 설날, 여러분은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시는가요? 고국에서는 음력설이 있는 1월 혹은 2월이 여전히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분이 추운 날 먹던 떡국과 윷놀이를 추억하실 것 같습니다.
호주에 사는 한인 어르신들은 어릴 적 설날,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실까요? 호주에서 맞이하는 설날과는 무엇이 다른지? 오늘 특집 방송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성일 프로듀서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음력설을 맞아 복지단체 카스(CASS)를 방문해 한인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왔다고요?
박성일 PD: 그렇습니다. 다문화 복지단체인 카스에는 시니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액티비티 그룹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한인 커뮤니티에만도 이런 액티비티 그룹이 2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씩 모여서 하모니카 , 기타, 댄싱을 배우신다고 하네요.
카스의 Senior Executive Officer인 사라 장 씨는 음력설과 같은 명절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더욱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떡국도 준비하고 윷놀이도 함께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라 장 선생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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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음력설 특집: 함께라서 더 따뜻한 설날 & SBS 창사 50주년 공개방송
SBS Korean
30/01/202516:49
사라 장: 음력설도 그렇고 추석도 그렇고 어버이날 같은 때를 계기로 해서, 왜냐하면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저희가 경로잔치라든지 아니면 추석 같이 보내기 이벤트라든지 아니면 구정 이벤트라든지 이런 것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그날 하루만이라도 오셔서, 한국 공연, 사물놀이라든지 부채춤이라든지 합창이라든지 이런 공연 보시고, 또 옆에 계신 분들하고 친구 관계도 맺으시고 또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이런 식으로 저희가 행사를 하는 것도 있고요.
그것 외에도20여 개 되는 한인 시니어 그룹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그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추석이면 추석, 설이면 설, 명절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세요. 그런 경우에는 윷놀이도 하시고, 떡국도 그룹에서 만들어서 같이 나눠 드시고, 또 그날은 특별하게 한복을 입고 오셔요. 한복을 입고 명절 분위기도 내시고 서로 으쌰으쌰 하시면서 이국땅이지만 그렇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너무 보기 좋고요, 저도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몸이 건강해서 이런 소셜 그룹을 통해서 교류도 확대하고 명절도 같이 쉬고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호주에 살면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함께 모여 떡국도 나누고 명절 분위기를 나눈다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박성일 PD: 그렇습니다. 카스의 사라 장 씨는 연세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사회 활동과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데요,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규칙적으로 어떤 곳에 소속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사라 장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라 장: 여기가 사실은 이국 땅이잖아요. 저희가 언어가 불편하고, 한국말을 막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규칙적으로 일어나시고, 어딜 가시고, 그다음에 어디 가서 계속 배우시고, 몸도 움직이고, 브레인도 좀 움직이시고 이러는 게 진짜로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을 돈을 주고 하는 게 아니고 직접 오셔가지고 즐기시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 계시면 아무래도 머리도 안 쓰게 되고, 몸도 안 쓰게 되고, 우리가 요즘에 치매 예방, 멘탈 헬스도 많이 걱정하시잖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규칙적으로 내가 어딘가에 속할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에 이런 그룹들이 되게 많거든요. 저희 카스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그룹들도 굉장히 많이 있어요. 다른 기관에서도 운영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일단 가입만 하셔가지고, 가시기만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나오시기만 하면 되니까 꼭 주위에 한번 찾아보시고 정기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어떤 행사에 혹은 그룹에 꼭 참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화정 PD: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 어떤 단체라도 꼭 가입하셔서 사회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네요. 그럼 이제 한인 사회의 어르신들을 한 분씩 만나볼까요?
박성일 PD: 네, 카스를 방문해 어르신 네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분들의 어릴 적 설날 추억을 들어봤는데요. 어르신들에게 어릴 적 한국에서 지냈던 음력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쭤봤습니다.
올해 여든 두살이신 강청자 어르신은 음력설하면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또 명절마다 겪었던 교통 지옥이 생각난다고 하셨는데요. 강청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강청자: 음력설에 제일 중요한 게 가족들이 다 모이는 거예요. 어렸을 때는 전부 다 서울에 있으니까 괜찮은데 나중에는 시골에 방문할 때 교통지옥이 생각나요. 그리고 시골에 가서 놀던 건 윷놀이도 있고 또 남자애들은 자치기도 하고요. 그 추운 겨울에 재밌게 놀았던 생각이 나네요.
박성일 PD: 이어서 전혜경 어르신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음력설 만큼은 푸짐하게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전혜경 어르신의 이야기도 들어보시죠
전혜경: 그때는 지금 같이 넉넉한 생활이 아니었고 다들 가난하고 지금보다는 그렇죠. 지금은 음식을 조심해서 먹고 건강을 위해서, 하지만 1년 중 제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설 명절 때, 추석 같은 땐데 그때는 너나 할 것 없이 굉장히 풍족하게 음식을 먹었어요. 지금은 떡국 하면 언제든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옛날에는 설에만 먹는, 한 달 내내 먹을 수 있는 떡국이었어요. 지금 같으면 슈퍼나 재래시장 가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그 옛날에는 엄마가 쌀을 불려서 대야에 이고 방앗간에 가서 줄을 길게 서가지고 떡을 하던 기억이 나요. 엄마가 다른 음식을 해야 되기 때문에 줄 서는 건 제 담당이었어요.
이제 자식이 크고 손자들이 있으니까 더 잊어버리기 쉽지만 얘기를 하죠. 이랬다 저랬단다. 세배도 시키고 멀리 갈 때는 절을 하고 가야 된다. 한국에서는 이랬다 그런 얘기 정도죠. 그 정도도 안 하면 다 잊을 것 같아요. 잊고 살 것 같고,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뭐 그런 게 있었나 좀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가르치려 하고 보여주려고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한인 사회 어르신들의 설날 추억을 듣다 보니까 우리 민족의 설날이 이곳 호주에서도 더욱 실감이 나네요.
박성일 PD: 그렇습니다. 이어서 강진호 어르신은 어린 시절 음력설하면 세뱃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는데요. 강진호 어르신의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강진호: 세뱃돈을 받을 때가 좋았어요. 어렸을 때 세배하면 돈 주는 게 참 좋았어요. 세뱃돈 받아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저는 5원을 받았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는, 초등학교 가고 나서 10원을 받았어요.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근데 그때는 돈 쓸 줄을 몰라서 그걸 어머니한테 맡겼어요. 왜 맡겼는지 모르겠는데 어머니가 아마 맡기라고 그랬던 것 같아요. 돈 아무 데나 쓰지 말고, 그래서 돈을 맡기고 저는 그렇게 착하게 돈을 맡겼는데 제 친구들은 나중에 보니까 안 맡겼더라고요.
박성일 PD: 저는 어릴 때 설날 직전에 아버지를 따라서 동네 목욕탕에 항상 갔던 기억이 나네요. 아버지가 그리 말수가 많지 않으셔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는데요, 목욕을 마치고 항상 플라스틱 병에 든 바나나 우유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도 어릴 적 설날에 대한 여러가지 추억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이날 만난 손신자 어르신은 어릴 때 평안남도에서 살았기 때문에 굉장히 추웠던 기억이 많이 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계속해서 손신자 어르신의 어릴 적 설날 추억도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손신자: 음력설때는 제가 평남에서 살았기 때문에 무척 추워요. 콧물이 나면 얼 정도니까 무척 추운데 그래도 그 추운 속에서도 이렇게 한복을 입고 솜 같은 것 넣어가지고 그렇게 지어준 한복을 입고 이제 윷놀이, 식구들 모두 둘러앉아서 윷놀이 하고, 또 낮에는 나가서 남자들은 제기차기 그런 놀이 하고, 또 연을 만들어서 연 날리기도 하고, 주로 그렇게 쥐불놀이니 이런 건 안 했어요. 어릴 때는 그냥 제기차기하고 연날리기 하고 저녁에 윷놀이하면서 웃으면서 지나갔죠.
박성일 PD: 네 지금까지 어르신들의 어릴 적 음력설에 대한 행복한 추억들을 들어봤는데요, 음력설에 대한 추억이 행복한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시니어 어르신들 중에는 6.25전쟁과 일사후퇴를 겪은 분들도 계실텐데요, 손신자 어르신 역시 그중의 한 분이셨습니다. 손신자 어르신은 어릴 적 겪었던 6.25 전쟁과 일사후퇴를 기억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는데요, 하마터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할 뻔 했던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해 음력설에는 밥도 굶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손신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손신자: 6.25 지난 그다음 해에 일사후퇴 때 나오는데 갑자기 엄마 아빠가 작은 아버지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가야 된다고 그랬는데 4일날 새벽에 이제 피난을 나와야 되는데 제가 막내였거든요. 금방 들어올 테니까 막내 신자를 두고 가자 그런 소리를 이불 속에서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이러다가는 엄마를 쫓아 나가지 못하겠구나 해서 이불 속에서 소리 없이 바지를 주워 입고 양말 신고 그러고 났는데 지금 생각할 때 아마 3시 4시쯤 같아요. 겨울이기 때문에 깜깜하지 근데 술렁술렁 이렇게 식구들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일어났죠. 일어나 가지고 내다보니까 벌써 엄마 아버지 두 언니는 나가고 있는데 그래서 엄마 엄마 부르면서 쫓아가니까 작은 엄마나 고모도 자꾸 붙들면서 여기 조금만 몇 밤만 자면 엄마 아빠가 다시 온다고 하는거예요. 그런데 저는 울면서 계속 쫓아나갔어요. 막 울면서 쫓아갔더니 아버지가 결국은 가시다가 뒤를 돌아서서 저를 맞아주신 거예요.
피난 나오는 동안 매일 한 번도 다리 아프다 소리 안 해봤고 힘들다 소리 안 하고 배고프다 소리 안 하고 지금도 생각을 하면 까딱하면 부모하고 언니들하고 생이별할 뻔한 시기였구나. 그 해 음력설에는 뭐를 했는지 아마 밥은 굶은 것 같아요. 그래도 그냥 그 상황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감사한 거죠.
유화정 PD: 배가 고파도 배가 고프다는 말을 못하고 밥은 굶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살아 남은 것이 감사하다고 말하는 손신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고국이 아닌 호주에서 설날을 맞이하지만 우리 모두가 평소보다 더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성일 PD: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포근하고 정다운 고향을 모두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는데요, 비록 옆에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님이 계시지 않더라도 올해 설날에는 아름다운 옛 추억을 되새기시면서 더 행복하고 복된 설날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유화정 PD: 네, 마지막으로 강진호, 전혜경, 강청자, 손신자 어르신의 새해 덕담을 차례로 들으며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박성일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멀리 호주까지 이민 오셔서 어려운 상황을 겪어내는 많은 여러분들이 계실 줄 믿습니다. 우리 주위에 어렵고 힘든 분들, 또 그들에게 한 번 더 다가가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군다나 그 노인들이 나이 많으신 분들이 80세 이상 되시는 분들이 혼자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시고 또 호주에까지 이민까지 와서 우리 한인사회의 길을 열어주신 원로분들한테 이번 설날에 한 번씩들 찾아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혜경: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저희 아들 여기서 이제 자라나는 동포 청소년 어린이들 우리 민속 명절을 잊지 말고 또 계속해서 기억을 하고 추억을 하고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청자: 호주에 계시거나 한국에 계시거나 또 모든 분들 2025년도에는 더 복 많이 받는 새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리며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그리고 건강하게 삽시다. 감사합니다.
손신자: 80이 넘은 나이가 되다 보니까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데 그래도 금년 한 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남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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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음력설 특집: 호주 속 작은 다문화 사회, 호주공영 SBS 사내 음력설 행사
SBS Korean
30/01/202516:10
2025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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